5월 청년 실업률이 10.5%로 외환위기 한가운데 있던 1999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가운데 15일 일자리를 찾아 장교동 서울고용노동청 고용복지센터를 방문한 구직자들이 상담을 기다리고 있다.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5월 청년 실업률이 10.5%로 외환위기 한가운데 있던 1999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가운데 15일 일자리를 찾아 장교동 서울고용노동청 고용복지센터를 방문한 구직자들이 상담을 기다리고 있다.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고용 쇼크’가 전방위로 덮치고 있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에 따른 고용 충격이 갈수록 커지는 가운데 기업 구조조정으로 인한 고용 한파까지 더해졌다. 대부분 고용지표가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까지 곤두박질치고 있다.

참사 수준의 고용지표에 정부는 “생산가능인구 감소, 주력 업종 고용창출력 저하 때문”이라는 말을 반복하고 있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등에 따른 정책 실패 결과라는 시장의 분석과는 한참 동떨어진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시장과 기업을 억누르는 정책 방향을 바꾸지 않으면 고용이 좀체 살아나기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최후 보루’로 여겨지던 제조업 분야 일자리가 급감한 데 대해 정부가 규제완화 등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취약계층 일자리부터 무너져

최저임금 긍정 효과 90%라더니… 모든 고용지표 외환위기 수준 '추락'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최저임금 인상의 긍정적 효과가 90%”라고 말했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도 “최저임금 인상으로 고용이 위축됐다는 증거가 없다”고 했다.

하지만 통계청이 15일 내놓은 5월 고용지표를 보면 최저임금 인상 영향을 상대적으로 많이 받는 업종과 계층에서 취업자 감소세가 두드러졌다. 지난달 숙박 및 음식점업 취업자 수가 전년 동기 대비 4만3000명이 줄어든 게 대표적이다. 이 업종 취업자 수는 작년 12월 최저임금 인상을 앞두고 5만8000명 급감했다가 올해 4월까지 2만 명대로 감소폭이 둔화했다. 그러나 5월엔 다시 감소폭이 4만 명대를 넘겼다.

도·소매업도 취업자 수가 전년 동기 대비 5만9000명 줄었다. 반면 일자리가 증가한 업종은 공공행정, 보건·복지업 등 정부 재정이 투입되는 공공일자리들이었다.

최저임금 인상에 취약한 임시근로자도 지난달 11만3000명 감소했고 일용직 근로자는 12만6000명 줄었다. 고용주는 인건비 부담이 늘면 해고가 쉬운 임시·일용직부터 구조조정하는 게 일반적이다.

제조업 일자리마저 급감

전문가들은 특히 전후방 효과가 큰 제조업 일자리가 본격 감소하기 시작한 것을 우려스럽게 보고 있다. 제조업 취업자 수가 지난 4월 6만8000명 감소한 데 이어 지난달에는 7만9000명 줄었다. 작년 5월 기준 전체 취업자의 17.0%가 제조업에 종사했는데 그 비율이 지난달에는 16.7%로 0.3%포인트 하락했다.

제조업 일자리 감소는 단기적으론 자동차·조선업종 등의 인력 구조조정 영향이 크다. 한국GM은 지난달 31일 전북 군산공장을 폐쇄하기에 앞서 약 1200명을 희망퇴직시켰다. 군산공장 폐쇄는 협력업체에도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쳐 지난달 전북지역 취업자 수는 제조업에서 6000명이 줄었다.

전문가들은 제조업 일자리가 줄면 서비스업 등 다른 업종도 타격을 받는다고 지적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제조업은 서비스산업과 비교하면 절반 정도의 고용창출을 하지만 다른 산업에 미치는 파급효과는 훨씬 크다”고 설명했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서비스업 일자리가 1만 개 감소하면 다른 산업에서 700개의 일자리가 줄지만, 제조업에서 일자리가 1만 개 감소하면 다른 산업 일자리는 1만3700개 줄어든다.

최저임금 영향 외면하는 정부

기획재정부가 이날 고용악화 분석자료를 내놨지만 최저임금 인상 영향에 대한 내용은 없었다. 기재부는 “숙박 및 음식점업은 중국인 관광객 감소 영향이 누적돼 취업자 수가 감소했다”며 “도·소매업은 과당 경쟁이 취업자 수가 줄어든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기재부는 “건설업의 경우 지난달 강한 비가 내리면서 일용직이 많은 건설업 취업자 수가 감소했다”고 덧붙였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소득주도 성장 정책의 부작용이 통계로 드러나고 있다”며 “분배 개선은 고사하고 취약계층 일자리부터 없어지고 있는데 잘못된 정책을 고수하면 대량 실업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태훈/임도원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