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송도에 있는 유진로봇은 스마트팩토리 장비와 가정용 로봇 등을 생산한다. 2010년 이후 생산라인 자동화가 이뤄졌지만 직원 수는 오히려 늘었다. 5년 전 110여 명에서 올해 147명으로 증가했다. 신규 채용 인원 37명 중 30명이 연구개발(R&D)직이다. 같은 기간 연매출이 260억원에서 650억원으로 늘고 평균 월급은 360만원에서 410만원 선으로 증가했다. 경기 성남 판교에 있는 마이다스아이티는 포스코건설 사내 벤처로 시작해 18년 만에 연매출 800억원, 직원 수 650명에 이르는 ‘강소기업’으로 성장했다.

이 회사가 만드는 건축물 설계 소프트웨어는 세계시장 점유율 1위다. 직원 절반이 석·박사 학위 소지자이고 평균 연봉은 7000만원 수준이다. 지난해 신입사원을 뽑을 때 경쟁률이 1000 대 1을 넘어 화제를 모았다.

정부는 소득분배 악화를 막기 위해 최저임금 인상폭을 확대하는 것은 물론 예산·세제 지원책을 총동원해 저소득층 근로자 복지를 늘리는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재정을 투입하는 단기 처방 대신 혁신 제조기업을 육성하고 지원하는 게 고용 창출과 일자리 복지 확대로 가는 지름길”이라고 입을 모았다. 김주훈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정보센터 소장은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해내는 중소·중견기업이 많이 나오도록 규제를 풀어 판을 깔아주는 게 정부가 해야 할 진정한 복지정책”이라고 강조했다.
"분배악화, 돈 풀기론 개선 안돼… 혁신 제조 '강소기업' 육성이 지름길"
제조업 일자리 확대가 최고 복지

최근 일자리와 임금 관련 통계들은 스마트공장 생산자동화, 산업용 인터넷 등으로 무장한 신(新)제조업이 2010년 전후 등장하면서 제조업 분야의 일자리 복지가 얼마나 개선되고 있는지를 확연히 보여준다.

10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제조업 월평균 임금은 382만8000원으로 서비스업에 비해 최대 170만원 이상 높았다. 금융서비스업(642만7000원), 과학 및 기술서비스업(489만5000원) 등 고소득 전문직이 포진한 일부 분야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서비스업 임금이 제조업을 밑돌았다. 사업시설관리 및 사업지원서비스업(219만2000원), 예술 스포츠 및 여가 관련 서비스업(290만8000원), 보건업 및 사회복지 서비스업(294만7000원) 등은 월평균 임금이 300만원에 못 미쳤다.

임금 상승률에서도 제조업이 비제조업을 앞섰다. 제조업 임금이 최근 5년간 평균 20% 이상 오르는 사이 비제조업은 10%대 초반 상승하는 데 그쳤다. 제조업 중에서도 중소기업 임금 상승률은 매년 대기업을 웃돌았다. 제조 중소기업의 2012년 대비 2017년 임금 상승률은 25.5%였고 제조 대기업은 같은 기간 19.8%였다.

신제조업 효과, 1인당 부가가치 상승

중소 제조기업의 두드러진 임금 상승률은 생산성 향상에서 비롯됐다. KDI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1인당 부가가치는 1990년 대기업의 52%였다가 20년째 내리막을 탔다. 특히 1990년대 말 외환위기를 기점으로 대기업과의 격차가 더 벌어졌다. 2010년에는 27% 선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2011년 이후 오름세로 돌아서 2014년에는 36% 선까지 치고 올라갔다. 지난해에는 45% 선까지 도달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했다.

임채성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는 “신제조업 등장으로 기술력을 보유한 중소·중견기업이 기존 제조 기술에 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을 적용하면서 생산성을 대기업 수준으로 빠르게 높여가고 있는 데 따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제조업 혁신이 일자리 복지 지름길

전문가들은 재정 투입에 따른 단기 일자리 정책보다 규제를 해소하고 제조업 혁신을 유도하는 방식으로의 정책 전환이 장기적으로는 고용 창출과 일자리 질을 높이는 데 더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재정 지원이 집중되는 보건업 및 사회복지서비스업이 최근 10년 넘게 정체되면서 별다른 일자리 창출 효과를 내지 못한 점이 이를 방증한다는 설명이다. 임 교수는 “고용유발효과는 아직 서비스업 및 공공분야가 높지만 일자리의 질적 측면에서는 제조업에 못 미친다”며 “특히 신제조업이 확산하면서 제조업 분야에선 대기업 못지않은 생산성과 복지 수준을 지닌 중소기업이 등장해 구직자의 중소기업 기피 현상을 해소하는 데에도 기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태훈/고경봉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