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3, 4분기 연속 증가하던 저소득층 가계소득이 올 1분기에 갑자기 고꾸라졌다. 전체 가계소득이 증가한 가운데서도 소득 하위 20%는 역대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고소득층과 저소득층 간 소득 격차 역시 역대 최대로 벌어졌다. 최저임금 인상 등을 통한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 정책이 의도와는 달리 저소득층에게 타격을 주는 부작용을 낳아 분배구조를 악화시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소득주도성장의 '배신'… 하위계층만 소득 줄었다
통계청이 24일 발표한 ‘2018년 1분기 가계동향 소득부문 조사’를 보면 소득 하위 20%(1분위) 가계의 명목소득(2인 이상 가구 기준)은 월평균 128만6702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0% 줄었다. 2003년 통계 작성 이후 가장 큰 감소폭이다. 과거 가장 컸던 감소폭은 2016년 1분기 -2.9%였다. 차하위 계층인 소득 하위 20~40%(2분위) 가계의 명목소득은 272만2638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0% 줄어 역시 통계 집계 이후 최대 감소율을 보였다.

소득 최상위 20%(5분위) 가계의 명목소득은 월평균 1015만1698원으로 9.3% 증가해 역대 가장 큰 폭으로 늘었다. 소득 최상위 가계의 명목소득이 1000만원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소득분배 수준을 보여주는 5분위 배율(5분위 계층의 평균 소득을 1분위 평균 소득으로 나눈 값)은 5.95배로 1년 전(5.35배)보다 0.60포인트 상승했다. 2003년 집계 시작 이후 최악의 수치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최저임금 영향권에 있는 저임금 근로자가 실직하거나 근로시간이 줄면서 소득이 감소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며 “소득주도 성장 정책이 경제 성장을 막는 것은 물론 분배마저 악화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기획재정부는 “1분위 소득이 준 것이 최저임금 인상 여파라고 판단하기엔 아직 이르다”고 주장했다.

이태훈/김일규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