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성공 여부는 오는 29일로 예정된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의 임시 주주총회에서 판가름난다. 미국 행동주의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현대모비스의 모듈·애프터서비스(AS) 사업부문과 현대글로비스를 합치는 방안에 반대표를 던지기로 함에 따라 ‘표 대결’은 불가피해졌다. 가장 큰 변수 중 하나는 현대모비스 주가다. 주총 전날(28일)까지 주가가 주식매수청구권 기준 가격(23만3429원)을 웃도느냐 여부가 중요하다. 외국인 투자자 및 2대 주주인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가의 ‘표심’도 주가에 따라 움직일 공산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모비스 주가·외국인·국민연금… 현대車 지배구조 개편 命運 가른다
관건은 현대모비스 주가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안의 핵심은 현대모비스를 분할해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하는 것이다. 이후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과 아들인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계열사들이 보유한 현대모비스 지분 23.3%를 사들여 계열사 간 순환출자 고리를 끊겠다는 구상이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도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엘리엇은 이에 대해 현대차와 현대모비스를 합병한 뒤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라며 공세를 멈추지 않고 있다.

시장의 관심은 현대모비스 주가에 집중되고 있다. 앞으로 주가가 주식매수청구 기준 가격을 밑돌면 높은 가격에 주식을 되팔려는 수요 때문에 반대표가 몰릴 수 있어서다. 반대로 기준 가격을 웃돌면 굳이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주식을 되팔 이유가 없기 때문에 반대표를 던지는 주주들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지난 11일 기준 주가는 23만7000원으로 주식매수청구 기준을 웃돈다.

현대모비스 분할·합병 방안에 반대하는 주주들은 14일부터 주총 전날까지 반대 의사를 서면으로 내야 한다. 이후 29일부터 다음달 18일까지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청구권은 분할·합병 등 중대 현안에 반대하는 주주들이 자신들의 주식을 특정 가격에 사달라고 회사 측에 요청할 수 있는 권리다. 현대모비스는 주식매수청구를 행사하는 주주들의 주식을 사들일 금액 한도를 2조원(지분율 약 9%)으로 잡아놨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엘리엇의 요구대로 지주사로 전환하면 규제 때문에 대규모 인수합병(M&A)이 어려워지고, 금융 계열사를 매각해야 하는 등 사업 경쟁력이 크게 훼손될 우려가 있다”며 “회사의 성장보다는 단기 차익에만 관심이 있는 엘리엇에 동조해 반대표를 던지고 주식매수청구를 요구할 주주들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큰손’ 외국인의 향배는…

현대모비스 분할·합병은 주총 특별결의사항이다. 참석 주주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주총 참석률을 80%로 가정하면 적어도 지분율 기준 53.3% 이상의 찬성을 이끌어내야 한다. 정 회장 등 특수관계인 지분은 30.2%다. 외부 다른 주주로부터 23.1% 이상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지분 47.8%를 들고 있는 외국인의 표심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현대모비스는 외국인들로부터 지지를 얻기 위한 총력전에 들어갔다. 회사 관계자는 “14일부터 외국인 주주를 포함해 주주명부(4월12일 기준)에 기재된 주주 전원을 대상으로 의결권을 위임받기 위한 설득에 나설 방침”이라며 “엘리엇을 제외한 외국인은 대부분 장기 투자자가 많아 단기 차익을 노려 반대표를 던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사주 소각, 배당 확대 등 추가적인 주주친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엘리엇은 다른 주주들에게 반대표를 행사하라고 권유하고 있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엘리엇의 주식 보유기간이 짧고 지분율이 낮아 회계장부 열람 요구나 주주제안 등을 하지 못해 세를 규합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공정위는 찬성… 국민연금은?

국민연금의 움직임도 주요 변수로 꼽힌다. 국민연금은 현대모비스(9.8%)뿐만 아니라 현대차(8.1%), 현대글로비스(10.0%), 기아차(7.0%)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기아차(16.9%) 다음으로 현대모비스 지분이 많아 주총에서 ‘캐스팅보터’ 역할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국민연금은 주총 직전 관련 입장을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모비스 주가가 예상보다 낮으면 국민연금이 딜레마에 빠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주가가 낮은데도 찬성표를 던지면 주식매수청구권을 통해 차익을 챙길 수 있음에도 이를 행사하지 않아 수익률을 갉아먹었다는 지적을 받을 수 있어서다. 반대표를 던지면 공정위까지 나서 긍정적인 평가를 내린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안에 장기투자자인 국민연금이 단기 이득을 챙기기 위해 ‘반기’를 들었다는 비판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장창민/조진형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