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나간 미세먼지 대책

늘어난 미세먼지 '나쁨' 일수
"석탄발전소 중단 효과 크지 않다"
작년 검증됐는데 올해 또 시행
강화된 기준 적용땐 全지역 '나쁨'

엉뚱한 데 돈 쓰는 정부?
한전, 전력 구입비만 1천억 늘어
황사 마스크 5천만개 살 수 있어
효과없는 '전시성 정책 남발' 지적
지난 25일 서울과 경기의 미세먼지 농도가 2015년 관측 이래 최악을 기록하는 등 27일까지 사흘간 전국이 미세먼지로 뒤덮였다. 정부는 이달 1일부터 미세먼지를 줄이겠다며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5기의 가동을 멈췄다. 하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미세먼지 ‘나쁨’을 기록한 날이 오히려 많아져 “효과도 없는 전시성 정책을 남발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석탄발전소 5기의 가동을 중단함에 따라 발생하는 비용은 1000억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노후 석탄발전소 5기 가동 중단했지만… 미세먼지는 '최악'

점점 나빠지는 미세먼지 농도

미세먼지를 줄이겠다는 것은 작년 5월 대통령선거 때 문재인 대통령이 내세운 대표적인 ‘재해·재난 예방’ 공약이었다. 그 가운데 핵심이 ‘봄철 일부 석탄화력발전기 일시적 셧다운(폐쇄)’과 ‘가동한 지 30년 지난 노후 석탄발전기 10기 조기 폐쇄’였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취임 후 닷새 만인 5월15일 서울 목동 은정초등학교 ‘미세먼지 바로 알기 교실’ 수업을 참관했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가동한 지 30년 이상 된 노후 석탄발전소 10기 중 8기의 가동을 6월 한 달간 중단하라고 지시했다. 이른바 ‘3호 업무지시’였다. 올해부터는 가동 중단 기간이 3월부터 6월까지 넉 달로 늘었다. 지난해 6월 한 달간 가동 중단했던 8기 중 3기는 영구 폐쇄됐기 때문에 가동 중단 대상은 나머지 5기다.

이달 1일부터 5기의 노후 석탄발전소가 멈춰섰지만 미세먼지 농도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 미세먼지가 ‘나쁨’을 기록한 날이 작년 3월 한 달간은 3일이었는데, 지난 1일부터 26일 사이에는 4일로 오히려 늘었다.

지난해 노후 석탄발전소 가동 중단 시행 직전에도 “가동을 중단해도 미세먼지 저감 효과는 1~2% 수준일 것”이란 지적이 나왔다. 하지만 대통령이 직접 내린 업무지시란 상징성 때문에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련 부처는 일사천리로 일을 진행했다.

환경부와 산업부는 작년 6월 한 달간 노후 석탄발전소 가동을 중단해 미세먼지가 얼마나 줄었는지 조사했다. 미세먼지 농도는 2015년 6월과 2016년 6월 평균치에 비해 15.4% 감소했지만, 이 중 노후 발전소 가동 중단에 따른 감소분은 1.1%에 불과했다. 중국 등 해외에서 유입된 미세먼지가 감소해 전체적으로 미세먼지 농도가 낮게 나왔다는 분석이다.

노후 석탄발전소 가동 중단이 미세먼지 저감에 큰 도움이 안 된다는 결과가 이미 작년에 나왔지만 정부는 올해도 이 제도를 시행 중이다. 작년 한 달 노후 석탄발전소 가동 중단으로 한국전력의 전력구입비는 559억원 늘었다. 값싼 석탄 대신 비싼 액화천연가스(LNG)로 생산한 전기를 구입해야 했기 때문이다. 올해는 중단 대상이 8기에서 5기로 줄었지만 기간이 넉 달로 늘어나 이 비용이 1400억원까지 불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일각에선 이 정도 비용을 들이고도 효과가 없다면 차라리 국민들이 스스로 건강을 보호할 수 있도록 공기청정기나 마스크를 구입해 나눠주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1000억원이면 국민 5000만 명에게 황사 마스크를 구입해 나눠줄 수 있는 돈이다. 김동술 경희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기초조사 없이 미세먼지 대책을 내놓고 엉뚱한 곳에 돈을 쏟아붓고 있다”고 말했다.

미세먼지 기준 더 강화

이런 가운데 환경부는 27일부터 강화된 미세먼지 환경기준 적용에 들어갔다. 종전에는 초미세먼지가 50㎍/㎥를 초과할 때 ‘나쁨’으로 간주했지만 이날부터 35㎍/㎥ 초과로 강화됐다. 이에 따라 이날 오후 한때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대전을 제외한 모든 곳이 ‘나쁨’ 수준을 보이기도 했다.

이태훈/심은지 기자 bej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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