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 석탄발전소 5기 가동 중단했지만… 미세먼지는 '최악'
늘어난 미세먼지 '나쁨' 일수
"석탄발전소 중단 효과 크지 않다"
작년 검증됐는데 올해 또 시행
강화된 기준 적용땐 全지역 '나쁨'
엉뚱한 데 돈 쓰는 정부?
한전, 전력 구입비만 1천억 늘어
황사 마스크 5천만개 살 수 있어
효과없는 '전시성 정책 남발' 지적
미세먼지를 줄이겠다는 것은 작년 5월 대통령선거 때 문재인 대통령이 내세운 대표적인 ‘재해·재난 예방’ 공약이었다. 그 가운데 핵심이 ‘봄철 일부 석탄화력발전기 일시적 셧다운(폐쇄)’과 ‘가동한 지 30년 지난 노후 석탄발전기 10기 조기 폐쇄’였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취임 후 닷새 만인 5월15일 서울 목동 은정초등학교 ‘미세먼지 바로 알기 교실’ 수업을 참관했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가동한 지 30년 이상 된 노후 석탄발전소 10기 중 8기의 가동을 6월 한 달간 중단하라고 지시했다. 이른바 ‘3호 업무지시’였다. 올해부터는 가동 중단 기간이 3월부터 6월까지 넉 달로 늘었다. 지난해 6월 한 달간 가동 중단했던 8기 중 3기는 영구 폐쇄됐기 때문에 가동 중단 대상은 나머지 5기다.
이달 1일부터 5기의 노후 석탄발전소가 멈춰섰지만 미세먼지 농도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 미세먼지가 ‘나쁨’을 기록한 날이 작년 3월 한 달간은 3일이었는데, 지난 1일부터 26일 사이에는 4일로 오히려 늘었다.
지난해 노후 석탄발전소 가동 중단 시행 직전에도 “가동을 중단해도 미세먼지 저감 효과는 1~2% 수준일 것”이란 지적이 나왔다. 하지만 대통령이 직접 내린 업무지시란 상징성 때문에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련 부처는 일사천리로 일을 진행했다.
환경부와 산업부는 작년 6월 한 달간 노후 석탄발전소 가동을 중단해 미세먼지가 얼마나 줄었는지 조사했다. 미세먼지 농도는 2015년 6월과 2016년 6월 평균치에 비해 15.4% 감소했지만, 이 중 노후 발전소 가동 중단에 따른 감소분은 1.1%에 불과했다. 중국 등 해외에서 유입된 미세먼지가 감소해 전체적으로 미세먼지 농도가 낮게 나왔다는 분석이다.
노후 석탄발전소 가동 중단이 미세먼지 저감에 큰 도움이 안 된다는 결과가 이미 작년에 나왔지만 정부는 올해도 이 제도를 시행 중이다. 작년 한 달 노후 석탄발전소 가동 중단으로 한국전력의 전력구입비는 559억원 늘었다. 값싼 석탄 대신 비싼 액화천연가스(LNG)로 생산한 전기를 구입해야 했기 때문이다. 올해는 중단 대상이 8기에서 5기로 줄었지만 기간이 넉 달로 늘어나 이 비용이 1400억원까지 불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일각에선 이 정도 비용을 들이고도 효과가 없다면 차라리 국민들이 스스로 건강을 보호할 수 있도록 공기청정기나 마스크를 구입해 나눠주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1000억원이면 국민 5000만 명에게 황사 마스크를 구입해 나눠줄 수 있는 돈이다. 김동술 경희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기초조사 없이 미세먼지 대책을 내놓고 엉뚱한 곳에 돈을 쏟아붓고 있다”고 말했다.
미세먼지 기준 더 강화
이런 가운데 환경부는 27일부터 강화된 미세먼지 환경기준 적용에 들어갔다. 종전에는 초미세먼지가 50㎍/㎥를 초과할 때 ‘나쁨’으로 간주했지만 이날부터 35㎍/㎥ 초과로 강화됐다. 이에 따라 이날 오후 한때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대전을 제외한 모든 곳이 ‘나쁨’ 수준을 보이기도 했다.
이태훈/심은지 기자 bej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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