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시 20년' 제주 삼다수는 어떻게 생수시장 왕좌에 올랐나
1995년 이전까진 국내에서 생수 판매는 불법이었다. 일부 민간사업자들이 'OO수(水)'라는 이름으로 관리감독 받지 않는 생수를 무분별하게 팔고, 이를 마시고 건강에 이상을 느낀 소비자들이 문제를 제기하자 정부는 1995년 관련법을 만들고 샘물시장을 본격적으로 감독했다.

샘물시장이 새로 생기자 제주도는 발 빠르게 움직였다. '제주도=깨끗한 물'이라는 소비자 이미지를 활용하자는 공감대가 도내에서 일었다. 김인규 제주도개발공사 초대 사장은 취임 이듬해인 1996년 먹는샘물공장을 착공하고 관련 사업을 준비했다.

바다로 둘러쌓여 있고, 비가 많이 오는 자연환경과는 다르게 제주도는 먹는 물을 쉽게 구할 수 있는 곳이 아니다. 지형지질 특성상 지표수 발달이 미약해 식수용 물은 거의 해안의 용천수(바위 틈에서 나오는 물)에 의존해왔다. 문혁기 제주맥주 대표는 "제주도는 비가 많이 오는 곳에 속하지만 의외로 물이 귀한 섬"이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제주도는 공기업만이 제주도에서 먹는샘물 사업을 할 수 있도록 법적 규제 장치를 마련했다. 또 이 사업에서 나온 수익을 도민에게 환원하고 제주도의 청정 이미지를 강화하는 데 쓰기로 했다. 그렇게 해서 1998년 3월5일 '희소성'을 콘셉트로 하는 '제주삼다수'가 나왔다.

삼다수는 나오자마자 큰 인기를 끌었다. 한라산 지하 420m에서 끌어올린 청정 화산암반수라는 제주도만의 콘셉이 소비자들의 입소문을 탔다. 출시 첫 달에만 5000t이 팔렸다. 제주도개발공사는 삼다수로 1년 만에 흑자를 냈다.

제주도 지역 외 유통을 맡았던 농심도 덩달아 매출이 뛰었다. 농심은 1998년부터 제주도개발공사와 계약을 맺고 14년 넘게 삼다수의 도외 판매권을 갖고 있었다. 농심은 삼다수 유통만으로 연간 1000억원이 넘는 매출을 땅 짚고 헤엄치기식으로 가져갔다.

2012년 삼다수 판권은 농심에서 광동제약으로 넘어왔다. 농심은 삼다수 판권을 잃자 '백산수'를 내놨다. 농심이 삼다수 판권을 내놓은 2012년 삼다수 연간 매출은 거의 2000억원에 달했다. 농심은 2015년 중국 백산수 공장에 2000억원을 투자했다.

출시 20년을 맞은 삼다수에도 고민이 있다. 최근 시장 점유율이 정체되고 있어서다. 5일 시장조사전문기관 AC닐슨에 따르면 먹는샘물시장에서 삼다수의 점유율은 ▲2016년 41% ▲2017년 41% ▲2018년 현재 42%다. 후발주자인 농심 백산수와 롯데 아이시스가 브랜드와 용량을 차별화시킨 제품을 내놓으면서 가파르게 성장하는 사이 삼다수는 점유율을 고수하는 데 그쳤다.

제주도는 우선 도외 지역에서 추가 성장 여지가 있다고 판단해 지난해 말 소매 유통은 광동제약에, 업소용은 LG생활건강으로 판권을 이분화했다. 유통을 전문화시켜 점유율을 늘리겠다는 계산이다.

또 1인 가구 증가 등 소비자들의 라이프스타일 변화에 따라 올 상반기 중 신규 생산라인을 도입해 330mL와 1L 제품을 새롭게 선보인다. 이에 따라 현재 판매 중인 500mL와 2L까지 총 4개의 제품 라인을 갖게 된다.

제주도개발공사 관계자는 "삼다수가 20주년을 맞은 올해 제품 라인업을 강화하고 브랜드 로고도 새롭게 바꿔 시장 수요에 유연하게 대응할 예정"이라며 "올해는 품질 관리에 더 힘써 국민 생수를 넘어 글로벌 생수로 도약하겠다"고 말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