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기할 건 포기해야 한다. 우리는 고용의 질(質)부터 포기했다.”(독일 최대 노동조합 IG메탈)

“미래가 없는 산업이라면 노조는 기득권을 내려놓고 구조조정을 받아들여야 한다.”(스웨덴 노동조합총연맹)

미국 제너럴모터스(GM)의 자동차 공장 폐쇄로 대규모 실업 사태를 겪어야 했던 두 나라가 있다. 독일과 스웨덴이다. 이들 국가에서 GM은 선거를 앞둔 정부에 대규모 지원을 요청하고 신차 배정을 당근으로 내놓았다. 공장 폐쇄를 둘러싸고 정치권의 공방이 이어졌고 노조와 경영진 간 갈등이 불거졌다. 한국GM 사태와 판박이다.
위기 닥치자… 독일 노조는 '기득권' 내려놨다
이들 나라의 노사는 기득권을 내려놓는 데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다. 독일의 금속노조 IG메탈은 2009년 GM의 보훔 공장 폐쇄가 가시화되자 사측의 위기관리프로그램을 수용했다. 근로자들은 8% 감봉과 주 3시간 이상 무급 추가 근로를 받아들였다. 단기 근로자도 크게 늘었다. 사측도 고용 유지를 위해 인건비의 8%를 부담했다. 일단 고용의 질을 낮춰 해고를 막겠다는 취지였다. 그럼에도 2600여 명의 노조원이 직장을 잃었지만 IG메탈은 이를 받아들여 내부 기금으로 해고자들을 지원했다.

비슷한 상황의 한국GM이 정규직 노조 벽에 막혀 비정규직, 파견직, 비노조 사무직 등 노동 약자들부터 내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스웨덴도 GM 산하 사브의 파산으로 오랫동안 고통을 겪었다. 2012년 당시 사브 최대 공장이 있던 트롤헤탄은 절반 이상인 1500여 명이 해고됐다. 이 지역 실업률은 스웨덴 평균의 두 배가 넘는 20%까지 치솟았다. 경영사정이 악화돼 매각 위기에 몰리자 노조는 스스로 “무임금은 불가피한 조치”라며 경영진과 한 배를 탔다. 대량 해고가 본격화되자 파업을 선택하는 대신 컨설팅기업과 구직 전문가를 고용해 해고자들의 재취업을 도왔다.

스웨덴 최대 노조인 LO(노동조합총연맹)의 소피 랜스트롬 노동국장은 “스웨덴은 과거 기득권에 집착하다 조선과 섬유산업을 해외로 떠나보낸 아픔이 있다”며 “스웨덴 정부가 GM의 지원 요청을 거절해 어려움이 장기화됐지만 노사가 모두 기득권을 내려놓으면서 위기를 헤쳐나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프랑크푸르트·스톡홀름=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