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철성 교수가 2015년 서울대 반도체공동연구소장 재직 당시 세운 고(故) 강대원 박사의 흉상 옆에 섰다.
황철성 교수가 2015년 서울대 반도체공동연구소장 재직 당시 세운 고(故) 강대원 박사의 흉상 옆에 섰다.
“천재는 99%의 노력과 1%의 영감으로 이뤄진다는 발명왕 토머스 에디슨의 말에 가장 부합하는 분야가 반도체입니다.”

지난 9일 서울대 반도체공동연구소에서 만난 황철성 재료공학부 교수는 “요즘에도 하루에 12시간씩 학교에 머물며 연구하고 학생들을 지도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좋은 연구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노력하는 것 외에 다른 비결이 없다는 설명이다. 황 교수가 6일 반도체학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강대원상’을 받은 것도 이런 노력의 결과다. 그는 반도체 공정 및 소자분야에서 527편의 논문을 발표했으며 2010년 ‘Nat. Nanotech’에 출판한 논문은 피인용 횟수가 1400회를 넘는다.

강대원상은 1992년 타계한 ‘반도체 천재’ 강대원 박사를 기리기 위해 제정됐다. 그는 낸드플래시의 저장 장소인 플로팅게이트를 1960년대에 발명해 낸드 생산을 위한 길을 열었다. 황 교수가 2010년에 내놓은 ‘Nat. Nanotech’ 논문도 차세대 반도체로 불리는 ‘Re램’ 개발의 길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황 교수는 “Re램은 제품의 통일성이 중요한 기존 메모리 반도체와 달리 다양한 성질을 지닌다”며 “인간 뇌의 뉴런과 비슷해 뉴로모픽(neuromorphic·뇌 신경 모방) 반도체의 핵심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황 교수는 반도체 분야가 각광받고 있지만 인력 양성 인프라는 여전히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서울대 재료공학부에서는 졸업생의 약 30%가 반도체 관련 업체에 취업하지만 반도체를 전공한 교수는 43명 중 황 교수뿐이다. 그는 “자율주행차와 인공지능(AI) 등 다양한 분야로 반도체 수요가 확장되고 있다”며 “중국과 경쟁하는 과정에서 반도체 인재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황 교수의 꿈은 반도체 분야의 전반적인 내용에 통달한 인재를 키워내는 것이다. 그는 “서울대에서는 전기공학부와 재료공학부가 반도체 교육을 하지만 학과 간 벽에 막혀 양쪽을 모두 잘 아는 전문가는 좀처럼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반도체 업계에서도 ‘올라운드 플레이어’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다”며 “관련 지식을 종합적으로 교육할 수 있는 과정을 만들었으면 한다”고 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