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풀려나면서 삼성그룹의 경영 정상화 작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 6일 서울 서초동 삼성 사옥의 홍보관 딜라이트룸 앞을 직원들이 지나고 있다.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풀려나면서 삼성그룹의 경영 정상화 작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 6일 서울 서초동 삼성 사옥의 홍보관 딜라이트룸 앞을 직원들이 지나고 있다.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삼성생명 삼성화재 삼성증권 등 삼성그룹 ‘빅3’ 금융계열사 최고경영자(CEO)가 자진 사퇴하겠다는 뜻을 굳힌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8일 삼성생명을 시작으로 금융계열사 사장단 인사와 임원 인사가 순차적으로 단행될 전망이다. 부사장급 이하 경영진이 금융계열사 CEO로 대거 발탁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누가 물러나나

삼성생명·화재·증권 '빅3 CEO' 바뀔 듯… 금융도 세대교체
6일 삼성과 금융당국 등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8일 임원추천후보위원회를 열어 오는 3월 주주총회에 선임될 등기이사 후보를 추천할 예정이다. 임추위는 CEO와 사외이사 2명으로 구성된다. 김창수 삼성생명 사장은 이날 임추위에서 CEO에서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밝힐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사장은 이 같은 뜻을 이미 일부 이사, 이건희 삼성 회장과 함께 개인 대주주 지위를 갖고 있는 이 부회장에게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주총에서 임기가 만료되는 김준영 성균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와 윤용로 전 한국외환은행장 등 사외이사들의 후임도 이날 임추위에서 추천될 전망이다.

삼성생명에 이어 화재, 증권, 카드, 자산운용 등 다른 금융계열사도 이달 사장단 인사와 임원 인사를 순차적으로 할 예정이다. 안민수 삼성화재 사장과 윤용암 삼성증권 사장 역시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가진 것으로 전해졌다. 만 60세를 넘긴 CEO들이 자진해서 물러난 비금융계열사 사장단 인사와 궤를 같이하는 흐름이다.

삼성화재는 13일 임추위를 열어 CEO를 포함한 등기임원 후보를 추천할 예정이다. 삼성증권은 아직 일정을 잡지 못했다. 원기찬 삼성카드 사장은 연임될 것이라는 관측과 교체될 것이라는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삼성생명·화재·증권 '빅3 CEO' 바뀔 듯… 금융도 세대교체
누가 발탁되나

후임 CEO는 금융계열사 부사장급에서 대거 발탁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삼성생명 사장 후임으로는 최신형 대표이사실 담당 임원(부사장), 심종극 삼성생명 전략영업본부장(부사장), 현성철 삼성화재 전략영업본부장(부사장), 최영무 삼성화재 자동차보험본부장(부사장) 등이 하마평에 오르내린다. 최근 회사 내부 출신이 CEO로 승진한 관행에 따르면 최 부사장과 심 부사장이 우선순위로 거론된다. 하지만 삼성 내부적으로는 최근 수년간 약화되고 있는 보험 영업 능력을 우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와 인사 결과를 예측하기가 어렵다는 얘기가 있다. 이들 부사장은 삼성화재 후임 CEO 후보에도 올라 있다.

부사장급 CEO인 구성훈 삼성자산운용 대표 역시 중용될 전망이다. 구 대표는 삼성생명 최고투자책임자(CIO)를 지내 삼성생명 CEO 후보로도 거론되고 있다. 다만 과거 관행을 보면 삼성증권 CEO가 더 유력하다는 관측이다. 윤용암 삼성증권 사장도 삼성생명 CIO, 삼성자산운용 대표를 거친 뒤 삼성증권 사장을 맡았다.

이 밖에 정준호 삼성카드 부사장(리스크관리실장), 전영묵 삼성증권 부사장(경영지원실장)도 CEO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삼성 안팎에서 중용될 것으로 알려진 임영빈 전 금융일류화추진팀장(부사장)은 당분간 복귀하지 않을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이번 인선 과정에서 금융사 CEO 후보군이 골드만삭스나 씨티그룹 등 글로벌 금융회사에 비해 두텁지 않다는 의견이 제기됐다”며 “앞으로 CEO 후계자를 양성하는 프로그램이 강화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좌동욱/강경민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