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시장금리 상승 여파로 외국인 투자자들이 신흥국 증시에서 발을 빼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 한 주(1월29일~2월2일) 한국을 비롯한 주요 신흥국 증시가 일제히 조정을 받았다.

한국 증시에선 지난 한 주간 외국인들이 유가증권시장에서 1조2005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이는 주간 단위로 작년 11월27일~12월1일 1조5689억원을 순매도한 이후 최대치다.

신흥국 증시서 발빼는 외국인
다른 신흥국 증시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국제 시장조사기관 이머징포트폴리오펀드리서치(EPFR)에 따르면 지난달 25~31일 브라질에 투자하는 글로벌 펀드에선 500만달러가 순유출됐다. 글로벌 신흥시장(GEM: Global Emerging Market) 펀드 전반으로는 자금이 순유입됐지만, 증시 조정이 본격화된 지난주 후반의 자금흐름이 반영되면 순유입 규모가 대폭 줄거나 순유출로 전환될 것이란 게 증권업계의 관측이다.

외국인 자금 이탈로 신흥국 증시는 일제히 하락했다. 지난 한 주 인도 센섹스지수가 3.79% 내린 것을 비롯해 중국 상하이종합지수(-2.69%) 한국 코스피지수(-1.91%) 등도 조정을 받았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외국인 투자자들은 최근 수년간 증시 상황이 안 좋다고 판단하면 신흥국에서 먼저 자금을 거둬들이는 경향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이런 흐름이 장기간 이어지진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 전망이다. 미국 금리 상승이 경기 회복을 반영하는 만큼 금리 상승궤적이 완만해지면 자금이 신흥국으로 되돌아올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창목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금리 상승은 경기가 확장 국면에 들어섰다는 방증”이라며 “기대보다 가파르지 않다면 증시에 오히려 약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금리 상승 추세가 완화되면 신흥국 증시로 투자금이 다시 유입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