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행원 없이 '찾아가는 신용길'… 생보업계 '반색'
“협회장이 직접 25개 회원사를 찾아다니며 현안을 듣는 건 이번이 처음일 겁니다. 더욱이 수행원 한 명 없이 혼자 업체를 찾아다니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A생명보험사 임원)

신용길 생명보험협회장(사진)의 ‘파격 행보’가 보험업계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지난해 12월11일 취임한 신 회장은 이달 초까지 한 달여 동안 국내에서 영업 중인 25개 생보사 본사를 모두 방문했다. 생보사 최고경영자(CEO)들을 만나 현안을 논의하고, 정부에 건의할 사항을 직접 듣기 위해 업체를 찾았다는 것이 생보협회 관계자의 설명이다. 대부분의 전직 협회장들이 연말 총회 자리에서 회원사 CEO들을 만나거나 일부 대형 업체만 방문한 것과 비교된다. 한 소형 생보사 관계자는 “신 회장이 이달 초 서울 여의도에 있는 본사를 직접 찾아와 깜짝 놀랐다”며 “과거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던 모습”이라고 말했다.

이뿐만 아니라 신 회장이 수행원 한 명 없이 생보사를 방문한 것도 업계에서 신선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통상 협회장이 업체 CEO를 만날 때는 협회 관련 부서 및 홍보부 임원 등을 대동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신 회장이 수행원 한 명 없이 사장실을 찾아오자 해당 업체 비서실이 크게 당황했다는 후문도 들린다.

더욱이 신 회장은 업체를 방문한다는 사실조차 협회 홍보부에 알리지 않았다. 이렇다 보니 홍보부는 나중에서야 업체로부터 신 회장 방문 사실을 들은 것으로 알려졌다. 협회 관계자는 “신 회장이 생보사 사장을 오래 지내 업계 현안을 누구보다 잘 아는 만큼 협회 임직원을 동행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신 회장은 1992년 교보생명에 입사한 뒤 자산운용본부장 등을 거쳐 2008년부터 2013년까지 교보생명 사장을 지냈다. 2015년 1월부터 협회장 취임 직전까지는 KB생명 대표를 맡았다.

신 회장의 이 같은 파격 행보는 협회 내부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당초 이달 중순 예정된 협회의 신년 업무보고는 신 회장 지시로 1주일 뒤인 22일로 미뤄졌다. 각 부서에서 기존 문서 형식으로 보고서를 올리자 신 회장이 이를 반려했다는 것이 협회 관계자의 설명이다. 신 회장은 기존의 틀에 박힌 형식적 보고 대신 업체가 겪고 있는 어려움이나 정부에 시급히 건의할 사항만을 보고하라고 각 부서에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안이 없는 일부 부서는 보고를 생략해도 된다고 말했다는 것이 협회 설명이다.

생보업계 관계자는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을 앞두고 생보사 부담이 커지는 상황에서 협회장이 업체를 찾아다니며 애로사항을 듣고 이를 해결하려는 모습이 좋은 평가를 얻고 있다”고 전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