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양곤시 삔마빈공단 내 포스코 아연도금강판 공장에서 직원들이 성형작업 중인 지붕재를 살펴보고 있다. 포스코 제공
미얀마 양곤시 삔마빈공단 내 포스코 아연도금강판 공장에서 직원들이 성형작업 중인 지붕재를 살펴보고 있다. 포스코 제공
미얀마 최대 경제도시인 양곤시 삔마빈공단에 있는 1만6000㎡ 규모의 포스코 아연도금강판 공장. 성수기인 건기(11~4월)를 맞아 하루 총 2만 장(연산 2만t)의 지붕재가 생산되고 있었다. 열연코일이 예열, 도금, 도료 등의 과정을 거쳐 A4용지 두 장 두께(0.18㎜)의 따끈한 은빛 강판으로 변했다. 이를 성형틀에 집어넣자 물결 모양의 지붕재가 나왔다. 고금만 미얀마포스코 법인장은 “포스코 지붕재 ‘슈퍼스타’(현지 브랜드)는 고온 다습한 기후에도 녹이 슬지 않고 가벼워 미얀마에서 오랜 기간 시장점유율 1위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얀마 재정 10%를 담당

포스코그룹이 지난 30여 년간 5조3000억원(약 49억달러)을 투자한 미얀마에서 ‘동남아시아 시장개척’의 성공신화를 써내려가고 있다. 철강을 비롯해 가스전(포스코대우), 호텔 및 인프라(포스코건설) 등 8개 현지법인이 가시적 성과를 본격적으로 내고 있다. 포스코그룹은 미얀마 최대의 외국계 투자기업이다. 8개 법인이 현지에 내는 세금은 미얀마 정부가 한 해 거둬들이는 세금의 10%에 이르고 있다. 원유준 포스코그룹 미얀마 대표 법인장은 “포스코 취업을 ‘성공의 상징’으로 여기는 미얀마 청년들은 퇴근 후에도 ‘POSCO’ 라벨이 붙은 근무복을 자랑스럽게 입고 다닌다”고 말했다.
철강·가스전·호텔 종횡무진… 포스코그룹은 미얀마의 '슈퍼스타'
올해 설립 20년을 맞은 포스코의 현지 철강생산 법인 미얀마포스코는 지붕재와 컬러강판 시장을 휩쓸고 있다. 고(故)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이 1990년대 중반 두 차례나 미얀마를 찾아 설립을 검토한 공장이다. 미얀마포스코는 2005년 현지 정부의 불합리한 규제로 1년 반가량 공장 문을 닫기도 했지만 일본 경쟁업체와 다르게 끝까지 철수하지 않고 남아 정부의 ‘신뢰’를 얻었다. 2008년 “여보, 아버님 댁에 포스코 지붕 놔 드려야겠어요”라는 콘셉트의 TV광고는 미얀마 국민의 효심을 자극한 것으로 유명하다. 2014년엔 연 5만t을 생산하는 미얀마 첫 컬러강판 공장을 설립해 이 시장에서도 시장점유율 24%로 1위에 올랐다.

◆‘포스트 베트남’으로 뜬다

미얀마 가스전
미얀마 가스전
인구 5300만 명인 미얀마는 남한의 약 6배(67만8675㎢)에 달하는 국토 면적에 천연가스, 원유, 금 등 원자재가 풍부해 ‘아시아의 마지막 남은 원석’으로 불린다. 동남아의 대표적 최빈국인 저개발국가지만 2011년 오랜 군부독재가 끝나고 2016년 미국의 경제 제재가 풀리면서 글로벌 기업 투자가 몰리고 있다.

1985년 철도차량 공급으로 미얀마에 첫 사업을 시작한 포스코대우는 이후 자원개발에 뛰어들어 미얀마 북서부 해상에서 2013년 가스를 생산하는 데 성공했다. 미국, 프랑스, 일본업체 등이 모두 탐사 개발에 실패한 미얀마 북서부 망망대해에서 무려 13년간 거친 자연환경과 싸우면서 얻어낸 성과다. 2000년 이후 동남아에서 발견된 최대 규모의 가스전이다. 매장량은 4조 입방피트로 국내 천연가스 소비량의 3년치에 달하는 규모다. 가스전사업은 매년 2000억~3000억원 규모의 수익을 내 포스코대우의 안정적인 ‘캐시카우(현금창출원)’로 자리매김했다.

롯데호텔 양곤
롯데호텔 양곤
포스코대우는 지난 9월 미얀마 최고층 ‘랜드마크’ 빌딩이 된 ‘롯데호텔 양곤’을 개장하면서 호텔사업에 진출했다. 시공사는 포스코건설, 위탁운영은 롯데호텔이 맡았다. 포스코건설은 국내 건설사 최초로 미얀마에 진출해 8월 상수도개선사업을 수주했고, 연내 민자발전사업(70㎿ 규모 쉐타옹 가스화력발전소)도 수주할 예정이다. 원유준 법인장은 “포스코는 ‘포스트 베트남’ 시장인 미얀마에서의 성공을 발판으로 다른 동남아 시장 개척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양곤=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