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전문위도 안 거쳐…정부 코드 맞췄나
자문사 반대에도 찬성 강행
투자업계 "또다른 밀실야합"
국민연금 또 정부 거수기 역할?
투자업계에서는 국민연금의 노동이사제 찬성 행보가 2년 전 삼성물산 제일모직 합병 결정 당시의 ‘데자뷔’를 보는 것처럼 비슷하다고 입을 모은다. 2015년 국민연금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안건에 대해 국내외 의결권자문기구들의 ‘반대’ 권고를 무릅쓰고 찬성을 강행했다. 당시에도 의결권행사전문위에 상정하지 않은 채 내부 투자위원회 표결로 찬성을 결의했다.
국민연금이 의결권을 행사할 때 의결권행사전문위를 거쳐야 한다는 조항은 없다. 하지만 이전까지 국민연금은 여론의 주목을 받거나 투자자들의 이익에 밀접한 영향을 미치는 안건은 통상적으로 의결권행사전문위의 결정을 따랐다.
이 때문에 삼성물산 제일모직 합병 결정에서 제외된 의결권행사전문위 위원들이 크게 반발했고 당시 야당이던 더불어민주당도 “정권의 합병 찬성 압력에 따른 밀실 야합”이라며 비판한 바 있다. 김성주 국민연금 이사장이 국회의원 시절이던 당시 국민연금 찬성 결정에 비판을 주도했다.
이번 국민연금의 KB금융지주 노동이사제 도입 찬성에 투자업계가 비판적인 시선을 보내는 것도 이 때문이다. ‘노동이사제’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표적인 노동 관련 공약이다. 운용업계 한 임원은 “밀실 야합의 재현”이라며 “결국 국민연금은 정권 교체 후에도 주요 기업 주주총회 안건에 대해 정부 정책에 편승한 결정을 내리고 있는 게 아니냐”고 지적했다.
노동계 눈치보는 국민연금
국민연금이 노조 편향적인 모습을 보인 것은 처음이 아니다. 국민연금이 최근 임원 추천을 위해 7명으로 구성한 임원추천위원회에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출신 간부 2명이 포함됐다. 특히 민주노총 출신 임추위원 2명 중 1명은 민주노총 산하 국민연금 노조가 추천한 인사여서 공정성 논란과 함께 노조의 경영 참여 논란까지 일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노조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국민연금 이사회도 영향을 받은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 노동이사제
노동조합을 대표하는 근로자가 이사로 선임돼 기업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에 참여하는 제도. 사업계획, 예산편성, 정관개정, 재산처분 등 주요 경영 사항에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고경봉/김일규 기자 kg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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