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트캐주얼다이닝(FCD) 형태로 문을 연 피자헛 평택소사벌점에서 소비자들이 직접 메뉴를 주문하고 있다.  /피자헛 제공
패스트캐주얼다이닝(FCD) 형태로 문을 연 피자헛 평택소사벌점에서 소비자들이 직접 메뉴를 주문하고 있다. /피자헛 제공
피자헛은 1990~2000년대 외식시장의 강자였다. 자녀들의 생일에 가족 단위로 찾는 사람이 많았고, 연인들은 데이트 코스로 피자헛에 갔다. 2010년대 이후 외식 트렌드가 바뀌면서 가족들은 패밀리레스토랑과 동네 맛집으로 향했다. 연인들은 서울 이태원과 가로수길, 홍대에 있는 ‘핫 플레이스’로 발길을 돌렸다. 배달 위주로 재편된 피자시장은 도미노 등 경쟁사들이 발 빠르게 치고 올라왔다.

한동안 위축됐던 피자 레스토랑의 ‘원조’ 피자헛이 다시 국내 시장 공략에 나섰다. 배달에만 집중하는 경쟁사와 달리 패스트푸드점과 레스토랑의 장점을 결합한 ‘패스트캐주얼다이닝(FCD)’ 매장을 확대해 업계 1위 자리를 되찾겠다는 목표다.

◆“점심과 저녁 사이 수요 잡겠다”

피자헛 "남들 배달할 때 레스토랑으로 승부"
피자헛은 지난 3월 FCD 매장을 도입했다. 패스트푸드점처럼 고객이 직접 카운터에서 메뉴를 주문하지만, 다양한 메뉴와 캐주얼하면서도 세련된 인테리어로 레스토랑 분위기를 살렸다. 이곳에선 피자를 구울 때 기존 컨베이어벨트식 오븐 대신 고급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사용하는 데크 오븐을 사용한다. 매장 위치는 아파트나 주택 등 주거단지 밀집 지역을 택했다.

FCD 매장에선 일반 피자헛 메뉴를 비롯해 4000~9000원대 런치세트와 혼자 먹기 좋은 8인치 소형 피자, 샐러드, 커피, 맥주 등 다양한 메뉴를 판다. ‘혼밥족’부터 단체 고객까지 다양한 유형의 소비자가 찾는다. 가벼운 메뉴가 많아 오후 3~5시대 손님도 많다. FCD 매장의 점심과 저녁 사이 시간대 주문 비율은 24%로, 기존 피자헛 레스토랑(18%)보다 높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피자헛이 배달 위주로 재편된 피자시장에서 레스토랑을 확장하는 건 여전히 집 근처에 나가 피자 등 간편한 음식으로 한 끼를 해결하려는 수요가 있는 것으로 파악했기 때문이다. 1인 가구는 피자 한 판을 주문해 남기기보다 레스토랑에서 한두 조각 골라 먹고 가는 경우가 많다. 스티븐 리 한국피자헛 대표(사진)는 “과거 피자는 멀리 있는 곳에 일부러 찾아가 먹는 특별한 음식이었지만 지금 소비자들은 집 근처에서 부담 없이 즐기길 원하고 있다”며 “FCD 매장은 일반 피자헛 레스토랑보다 주문 건수가 약 세 배 많고 재방문 의향률이 90%일 정도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피자헛은 구리도농점, 청주가경점, 평택소사벌점 등 세 곳인 FCD 매장을 공격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FCD 매장을 포함해 현재 322개인 피자헛 매장 수를 500개까지 늘린다는 목표다.

◆주인 바뀌면서 의사결정 빨라져

1985년 한국에 진출한 피자헛은 피자시장 위축과 경쟁 과열로 어려움을 겪었다. 2013년부터 2015년까지 영업손실을 냈고 같은 기간 매출은 1451억원에서 893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업계 순위도 도미노피자와 미스터피자에 밀려 3위로 내려앉았다. 리 대표는 “직영점을 가맹점으로 돌리면서 매출이 영향을 받기도 했지만 소비자의 변화 요구에 충분히 귀 기울이지 못한 부분도 컸다”고 말했다. 이후 정기적으로 면밀하게 소비자 인식을 조사, 메뉴나 매장 정책 등에 적극 반영해 FCD 매장 도입 등 가시적인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실적도 나아지고 있다. ‘크런치 치즈 스테이크 피자’ 등 신제품 효과로 작년 하반기부터는 반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0%씩 늘고 있다.

리 대표는 지난 8월 마스터프랜차이즈 전환을 계기로 피자헛의 의사결정이 빨라지고 성장이 속도를 낼 것이라고 설명했다. 30여 년간 미국 외식기업 염브랜드가 운영해온 한국 피자헛은 지난 8월31일 국내 투자회사 오차드원으로 주인이 바뀌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