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서울 계동 현대빌딩에서 정기선 현대중공업 전무(왼쪽)와 김완중 폴라리스쉬핑 회장이 초대형광석운반선(VLOC) 10척의 건조 계약을 맺었다.  /현대중공업 제공
지난 25일 서울 계동 현대빌딩에서 정기선 현대중공업 전무(왼쪽)와 김완중 폴라리스쉬핑 회장이 초대형광석운반선(VLOC) 10척의 건조 계약을 맺었다. /현대중공업 제공
국내 대형조선 3사가 추석 연휴를 앞두고 3조원 규모의 수주 대박을 터뜨렸다. ‘일감절벽’으로 순환휴직에 들어간 조선업체에 모처럼 활기가 돌 전망이다.

◆조선 ‘빅3’, 역대급 수주 성공

현대중공업은 국내 중견 벌크선사 폴라리스쉬핑으로부터 32만5000t급 초대형광석운반선(VLOC) 10척을 8억달러(약 9100억원)에 수주했다고 26일 발표했다. 현대중공업으로선 단일 계약 기준으로는 2012년 이후 5년 만에 최대 규모다.

조선 빅3, 3조 잭팟…오랜만에 '만선 수주의 꿈'
이번 수주는 폴라리스쉬핑이 세계 최대 철광석 업체인 브라질 발레로부터 장기 운송 계약을 따내면서 이뤄졌다. 2019~2021년까지 인도될 이 선박은 향후 20~25년간 브라질에서 생산된 철광석을 중국으로 운반하게 된다. 폴라리스쉬핑 관계자는 “중국 선박 가격이 척당 1000만달러 정도 저렴하지만 태평양을 오가며 악천후를 견뎌야 하는 점과 연료를 절감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는 점에서 현대중공업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도 이날 세계 2위 선사인 스위스 MSC로부터 2만2000TEU급(1TEU=20피트짜리 컨테이너 1개) 초대형 컨테이너선 11척을 수주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중국에 뺏길 뻔한 고부가가치 시장 주도권을 한국이 다시 찾아왔다고 평가했다. 삼성중공업은 6척을 1조1100억원에, 대우조선은 5척을 9200억원에 수주했다. 단일 계약 기준으로 삼성중공업은 7년, 대우조선은 2년 만에 최대 규모다. 삼성중공업은 이번 수주로 올해 목표한 65억달러를 달성하게 됐다.

이날 현대중공업 주가는 5.76% 급등한 14만7000원, 삼성중공업 주가는 9.8% 급등한 1만1200원에 마감했다.

◆추가 ‘수주러시’도 기대

조선업계는 이번 수주가 글로벌 선주사의 초대형 선박 발주를 예고하는 신호탄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선박 가격이 바닥을 찍으면서 해운업황이 돌아서는 2~3년 후를 내다보고 본격적인 발주 경쟁이 붙을 것이란 관측이다.

전문가들은 지난 4월 글로벌 해운업계가 현대상선이 포함된 ‘2M+H’, 오션, 디얼라이언스 등 3개의 해운동맹으로 재편되면서 발주 경쟁도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했다. 영국 조사기관 클락슨에 따르면 신조선가지수는 3월 121포인트로 바닥을 찍은 뒤 5월 123포인트, 8월 124포인트로 상승 추세를 보이고 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해운동맹 간 견제로 머스크와 MSC는 소속 선사가 있는 한국에, 오션은 중국 조선사에 발주하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아직 선박 공급 과잉이 해소되지 않아 본격적인 발주 경쟁으로 이어질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내 해운사의 추가 발주에 대한 기대도 높다. 발레로부터 장기운송계약을 체결한 팬오션과 SK해운도 각각 4척과 2척의 선박 발주를 놓고 삼성중공업과 협상을 벌이고 있다. 그동안 한국 해운사는 중국과 일본에 비해 자국 조선소 발주 비중이 작다는 비판을 받았다. 조사기관 클락슨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20일까지 중국과 일본 선주의 자국 조선소 발주 비중은 각각 87%와 64%로 한국(55%)보다 높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