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가 영업 개시 이틀 만에 50만 명에 가까운 고객을 확보했다. 지난 27일 서울 서초구 세빛섬에서 열린 카카오뱅크 출범행사에서 한 참석자가 계좌 개설을 시연해보고 있다.  연합뉴스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가 영업 개시 이틀 만에 50만 명에 가까운 고객을 확보했다. 지난 27일 서울 서초구 세빛섬에서 열린 카카오뱅크 출범행사에서 한 참석자가 계좌 개설을 시연해보고 있다. 연합뉴스
2호 인터넷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가 영업을 시작한 지 이틀째인 28일 오전 6시. 카카오뱅크는 전날 밤 11시부터 중단한 신용대출을 재개했다. 곧바로 신청자가 몰려들며 순식간에 100억원이 넘는 대출이 이뤄졌다. 신청이 폭주하면서 개인신용평가회사인 나이스평가정보의 서버에 과부하가 걸려 전날에 이어 또다시 장애가 발생했다. 이로 인해 다른 은행의 온라인 및 모바일 대출에 차질이 빚어졌다.

◆이틀째 이어진 카카오뱅크 돌풍

28일 오후 3시 기준 카카오뱅크 가입자는 47만 명으로 집계됐다. 이틀(48시간) 기준으론 60만 명 이상이 가입할 것으로 전망됐다. 카카오뱅크에 앞서 지난 4월3일 영업을 시작한 K뱅크는 이틀간 6만 명의 고객을 모았다. 영업 초반 카카오뱅크 가입자가 K뱅크 가입자의 10배에 달한다.
PC·폰뱅킹 이용자도 '카뱅'에 반했다…대세가 된 '모바일 뱅킹'
카카오뱅크는 모바일뱅킹에 큰 관심이 없는 40~50대도 끌어들이고 있다는 점에서 엄청난 파괴력을 갖고 있다. 40~50대도 ‘국민 메신저’로 불리는 카카오톡을 대부분 쓰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호기심에서든 다른 장점에서든 40~50대가 카카오뱅크를 쓰기 시작하면 모바일뱅킹이 은행 거래의 주가 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휴대폰으로 은행 거래가 가능하고 현금자동입출금기(ATM)에서 현금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카카오뱅크 돌풍은 K뱅크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27~28일 재테크 관련 인터넷 게시판에 카카오뱅크와 관련해 올라온 글은 대부분 마이너스통장에 대한 것이었다. ‘20번 시도 끝에 마이너스 통장 개설에 성공했다’, ‘한 시간째 시도했지만 실패했다’는 등의 경험담이 줄을 이어 올라왔다. 카카오뱅크의 마이너스통장이 이슈가 된 것은 시중은행 대비 낮은 금리와 K뱅크가 한 달 전 직장인 신용대출을 중단한 여파로 파악된다. K뱅크의 직장인 신용대출은 일반 방식과 마이너스통장 방식 두 종류가 있었는데 마이너스통장 대출이 급증하자 직장인 신용대출 전체를 중단했다. K뱅크의 직장인 신용대출 중단의 반사효과를 카카오뱅크가 톡톡히 누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은행 점포에 안 가는 시대

카카오뱅크에 가입자가 몰리고 전산 과부하로 서비스가 지연되자 다른 은행의 모바일 뱅킹 이용도 늘어나고 있다. 이날 일부 카카오뱅크 대출 신청자는 이용자 폭주로 수차례 시도에도 대출을 받지 못하자 다른 시중은행의 모바일 뱅킹 서비스를 이용해 대출을 받기도 했다. K뱅크에는 예금이 몰려들기도 했다. 카카오뱅크 정기예금 이자율이 연 2%라는 사실과 더불어 K뱅크에서도 연 2% 예금에 가입할 수 있다는 게 알려졌기 때문이다. K뱅크 관계자는 “카카오뱅크가 영업을 시작한 뒤 K뱅크 고객센터에 문의전화가 평소에 비해 세 배 이상 늘었다“고 말했다.

카카오뱅크를 중심으로 모바일 뱅킹의 확산 속도가 빨라지면, 시중은행들의 모바일 채널 확대도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예상했다. 은행들은 고객 10명 중 9명은 점포를 찾지 않는다고 전했다.

◆제3 인터넷은행 등장하나

모바일 뱅킹 확산 속도가 빨라지면서 제3의 인터넷전문은행의 출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인터넷전문은행 등 새로운 플레이어가 시장에서 창의와 혁신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도록 정책적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전반적 제도개선과 함께 금융산업 진입 문턱을 낮추기로 했다.

2015년 컨소시엄을 맺고 인터넷전문은행에 도전했던 인터파크와 SK텔레콤, 기업은행 등이 재도전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지금까지 인터넷전문은행에 관심 없다고 선을 그었던 네이버 역시 금융지주사인 미래에셋그룹과 손잡으면서 언제든지 인터넷 전문은행 인허가에 도전할 수 있을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