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원 대한아이스하키협회장(오른쪽)이 한국의 톱디비전 승격 확정 후 백지선 남자 아이스하키 대표팀 감독을 껴안고 있다. 대한아이스하키협회  제공
정몽원 대한아이스하키협회장(오른쪽)이 한국의 톱디비전 승격 확정 후 백지선 남자 아이스하키 대표팀 감독을 껴안고 있다. 대한아이스하키협회 제공
“정몽원 대한아이스하키협회 회장님께 감사드립니다.”

백지선 한국 남자 아이스하키 대표팀 감독은 톱 디비전(1부리그) 진입의 공을 정몽원 한라그룹 회장에게 돌렸다. 대표팀은 지난달 29일 우크라이나 키예프에서 열린 ‘2017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 아이스하키 세계선수권 디비전 1그룹 A 대회’ 최종전에서 우크라이나를 승부샷 접전 끝에 2-1로 꺾고 꿈에 그리던 1부 리그 진출에 성공했다.

아이스하키계에선 정 회장의 헌신적인 뒷바라지가 결실을 맺었다고 입을 모은다. 그는 1994년 회사 임원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만도 위니아(현 안양 한라) 아이스하키 실업팀을 창단했고, 외환위기 한파가 몰아치던 1997년에는 다른 실업팀이 잇달아 해체되는 위기 속에서도 오히려 한·중·일·러시아 등이 참가하는 아시아리그 출범을 주도했다.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가 확정된 2013년부터는 협회장을 맡아 현재의 대표팀을 만들어냈다. 정 회장은 취임사를 통해 “뽑아줘서 감사하다. 죽기 살기로 하겠다”는 비장한 각오를 밝히기도 했다. 기량이 뛰어난 미국과 캐나다 출신 선수들을 귀화시키고, 20대 초반 젊은 선수들을 대거 해외에 파견해 경험을 쌓게 한 것도 정 회장의 든든한 지원이 있기에 가능했다는 평가다.

정 회장은 재정적 지원에만 주력하는 다른 협회장과 달리 국가대표팀의 거의 모든 경기를 현장에서 직접 지켜본다. 귀빈석이 아니라 벤치 옆에서 고함을 지르며 선수들을 응원한다. 경기 중에 선수들이 마시는 물통에 물을 채워 넣는 등 궂은 일도 마다하지 않는다.

외국에 나가면 선수단이 묵는 2성급, 3성급 호텔에 같이 투숙한다. 선수들이 정 회장을 큰형님으로 모시는 이유다. 그는 지난달 30일 귀국 기자회견에서 “평창올림픽에서 어떤 목표를 달성할 것이라고 말하기 어렵지만 더 높은 곳을 바라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건설(한라)과 자동차 부품(만도)을 양축으로 하는 한라그룹도 아이스하키 대표팀처럼 세계적인 기업으로 만들겠다는 목표다. 건설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던 한라는 부동산 경기 회복 속에 지난해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스티어링(조향)과 브레이크 분야에서 세계적인 기술을 갖춘 만도 역시 최근 자율주행차 개발에 나서며 미래 먹거리 발굴에 힘을 쏟고 있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