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경제 '깜짝 성장'] 수출·투자 '투톱'이 사드 보복 악재 뚫어…"성장의 질도 좋았다"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0.9%(전 분기 대비 속보치)는 시장 예상치(0.7% 안팎)를 웃도는 성적이다. 연율로 환산하면 3% 중반이다. 한국은행이 추정하는 잠재성장률(3.0~3.2%)은 물론 올해 성장률 전망치(2.6%)보다 높다. 더구나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 움직임과 중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조치 등 악재를 뚫고 나온 결과다. 시장은 물론 기획재정부, 한은 내부에서도 ‘성장률 서프라이즈(깜짝 성장)’란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성장의 질(質)도 좋았다. 성장을 이끈 건 제조업의 수출과 투자였다. 기여도에서도 민간이 전체 성장률의 80%를 차지하며 정부 기여도를 크게 앞질렀다. 지난해 정부 재정에 기대 미약한 성장세를 이어오던 것에서 벗어나 민간 주도 회복세가 완연해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1분기 경제 '깜짝 성장'] 수출·투자 '투톱'이 사드 보복 악재 뚫어…"성장의 질도 좋았다"
4월 지표도 나쁘지 않다는 게 한은 설명이다. 1분기만큼은 아니지만 2분기에도 성장세가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이런 추세라면 한은이 올해 성장 전망치를 한 차례 더 올려야 할지도 모른다는 얘기가 나온다. 일각에선 “대내외 악재가 내수 발목을 잡고 있다”(임지원 JP모간 수석이코노미스트)며 신중론을 펴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예상 밖 건설투자 훈풍…韓銀도 놀라

일등공신은 수출이었다. 1분기 수출은 1.9% 늘었다. 2015년 4분기(2.1%) 이후 1년3개월 만에 최고치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석유화학이 수출 회복을 주도했다.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27일 수출지원기관협의회에서 “세계 경제의 회복세 등으로 올해 수출이 작년보다 6~7% 증가할 것”이라고 낙관했다.

수출호조는 투자확대로 이어졌다. 1분기 설비투자는 4.3% 늘었다. 전년 동기 대비로는 14.3% 뛰었다. 2010년 3분기(20.6%) 후 6년 반 만에 최고치다. 시장에서 가장 놀란 건 건설투자였다. 정부의 부동산 관리 대책으로 과열 양상이 식으면서 올해부터 주택 경기가 꺾일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예상과 달리 아파트 분양이 계속 늘면서 건설투자는 5.3% 증가했다. 지난해 4분기 -1.2%에서 반등했다. 4분기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한은 내부에서도 예상외의 결과라는 반응이다.

수출과 설비투자가 맞물리면서 제조업 생산은 큰 폭 뛰었다. 1분기 제조업 성장률(2.0%)은 2010년 4분기(2.2%) 후 6년여 만에 가장 높다.

◆수출과 내수 온도차

수출과 달리 내수소비는 아직 회복세가 더디다. 1분기 민간소비 증가율은 0.4%다. 지난해 4분기(0.2%)보다 높아졌지만 지난해 2분기(0.8%)나 3분기(0.6%)보다는 낮다. 수출 증가가 본격적인 내수 회복으로 연결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윤창용 신한금융투자 연구위원은 “수출과 설비투자를 견인하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는 해외 생산 등으로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크지 않고, 일부 수출 대기업과 달리 중소기업과 가계로는 온기가 전달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내수와 직결된 서비스업 성장률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1분기(0.0%) 후 8년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민간소비가 0.4% 늘었지만 대부분 해외 여행객의 소비였다. 식음료와 여가·문화 관련 지출 등 국내 서비스업 소비는 오히려 줄었다.

◆“낙관은 일러”

대외 악재도 여전하다. 한국 단체관광 금지 등 중국의 보복 조치가 2분기부터 본격적으로 성장률에 반영된다. 변양규 한국경제연구원 국가비전연구실장은 “수출과 내수가 따로 노는 국면이 당분간 이어지면서 성장률이 크게 뛰긴 어려울 것”이라며 “2분기 이후 성장률은 1분기엔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LG경제연구원 역시 이날 ‘2017~2021 중기 경제전망’ 보고서를 통해 “중기적으로 한국 경제의 성장 하향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며 올해부터 2021년까지 연평균 성장률을 2.2%로 내다봤다. 세계 교역이 회복되고 있지만 국제 유가 상승 등 일시적 반등 의미가 크고 미국 중국의 보호무역이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