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생명이 미지급 자살보험금 전액을 지급하겠다고 23일 밝혔다. 금융감독원이 이날 자살보험금 미지급 보험사에 대한 제재 절차에 착수하자, 문책경고 이상의 징계를 받으면 신창재 회장이 대표이사직을 연임할 수 없다는 우려에 따른 것으로 전해졌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자살재해사망보험금 모든 건을 지급할 계획”이라며 “소비자 신뢰 회복 차원에서 대승적으로 고려했다”고 말했다. 교보생명이 지급하기로 한 보험금은 1858건, 672억원 규모다. 보험사와 금융당국은 종신보험이나 정기보험 등에 가입한 계약자가 자살했을 때 재해로 인정해 일반사망보험금 외에 추가 재해보험금을 지급해야 하느냐를 놓고 갈등을 빚어왔다.

교보생명은 자살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하라는 대법원 판결이 난 2007년 9월 기준으로 이후 발생 건은 원금과 이자를 모두 지급하고, 이전 건은 원금만 지급하기로 했다. 금융당국은 교보생명에 2007년 이전 발생 건에 대해서도 도의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교보생명이 전격적으로 자살재해보험금을 지급하기로 한 것은 신 회장의 연임을 위해서라는 관측이 많다. 금감원이 신 회장에게 문책경고 이상의 징계를 내릴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책경고 이상이 나오면 올해 3월 임기가 만료되는 신 회장은 3~5년간 대표이사는 물론 등기이사를 맡을 수 없다.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은 2011년 이후 건에만 미지급 보험금을 지급하겠다는 입장에 변화가 없다. 이들 보험사는 보험업법 제127조에 명시된 ‘기초서류 기재사항 준수의무’가 2011년 초부터 적용된 만큼 자살보험금도 이후에 발생한 건만 지급하겠다는 방침이다.

반면 금감원은 삼성, 한화생명도 교보생명과 마찬가지로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자살보험금을 전액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박신영 / 김일규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