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부문도 민간과 혁신 경쟁"…미국 우체국, 10년째 CES 참가
세계 최대 전자쇼 CES 전시장 한쪽에 푸른색 반소매 옷을 맞춰 입은 이들이 사람들을 맞고 있었다. 대부분 중년 이상으로 젊은 사람이 많은 전시장에서 이질적인 모습을 연출했다. ‘포스털 서비스(postal service)’, 미국 우체국 소속 직원들이다. 접수대에서 고객을 맞는 이들도 있지만 우편물을 배달하는 집배원도 있다.

이들은 전시장을 방문한 사람들에게 자체 개발한 충격 방지 포장재를 열심히 홍보했다. 평일엔 로스앤젤레스 교외 우체국에서 우편물 접수 일을 한다는 다이앤은 “포장 비용은 좀 더 들지만 제품을 충격에서 확실히 보호하면서 작게 포장해도 된다는 게 장점”이라며 “스마트폰 등 고가의 전자제품을 배송할 때 좋다”고 설명했다.

미국 우체국은 10년째 CES에 참가하고 있다. 페덱스와 UPS 등 세계를 주름잡는 미국 배송업체와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발버둥이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온라인 구매가 늘면서 미국 내 택배 수요가 폭증하고 있지만 발 빠른 민간업체와의 경쟁이 녹록지 않다. 우체국 직원은 자신들이 보유한 넓은 배송 인프라와 자체 개발 기술을 CES에 참가한 기업에 알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다이앤은 “지난 크리스마스 연휴 선물 배송에선 17%의 시장점유율을 거두는 등 의미있는 성과를 내고 있다”며 웃었다.

혁신 노력은 분야를 가리지 않는다. 세계 최대 유람선 여행사인 카니발은 CES에서 관광객에게 사물인터넷(IoT)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발표해 눈길을 끌었다.

그런데 과정이 기가 막혔다. 이를 위해 카니발은 지난해 배 한 척당 많게는 7000개 이상 센서를 곳곳에 부착했다. 이미 세계 1위인 업체가 고객들 스스로도 딱히 원하지 않는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배를 수개월간 뜯어고쳤다. 이 회사 최고경영자(CEO) 아널드 도널드는 CES에서 “계속 1위를 하려면 첨단 기술을 접목해 고객의 경험 수준을 끌어올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혁신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말도 이제는 식상하다. CES에서는 공공과 민간, 업종 구분을 뛰어넘어 살아남기 위한 기업들의 혁신 노력을 목격할 수 있었다. 미래에 생존하는 것을 고민하는 기업이라면 이 같은 변화의 흐름을 앞으로도 눈여겨봐야 할 것 같다.

라스베이거스=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