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생산 석 달 만에 '깜짝 반등'…"일시적 호조 vs 경제체력 강해져"
생산, 투자가 늘고 재고는 줄어든 ‘11월 산업활동 통계’가 공개되자 시장이 어리둥절해하고 있다. 기업, 소비자의 체감 경기와 괴리가 상당한 ‘의외의 결과’여서다. 일각에서는 ‘경제 주체들이 경기를 너무 비관적으로 봐온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초호황인 세수(稅收), 급증한 기업 이익 등을 감안할 때 경기가 결코 나쁜 게 아니라 원래 순항하고 있었다는 시각이다. 정부는 ‘낙관론’을 경계했다. 자동차 파업 종료, 갤럭시노트7 단종 영향 감소 등에 따른 ‘일시 효과’라는 것이다. 여전히 경기 회복 모멘텀이 약하고 체감경기는 꽁꽁 얼어붙어 있기 때문에 위험 관리에 더욱 주력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제조업 생산 7년 만에 최대 증가

통계청이 29일 발표한 ‘11월 산업활동 동향’을 보면 생산 투자와 관련한 전반적인 지표가 반등세를 나타냈다. 소비를 제외한 모든 지표가 부진해 ‘경기 침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컸던 지난 10월과는 딴판이다.

지난달 전체 산업생산은 10월 대비 1.6% 늘어 3개월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제조업 생산이 7년2개월 만에 가장 큰 폭(3.4%)으로 증가한 영향이 컸다. 특히 갤럭시노트7 단종 영향이 완화되면서 통신·방송장비 생산은 전월보다 30.6% 급증했다. 노조 파업 종료로 자동차 생산도 11.4% 늘며 시동을 다시 걸었다.

설비투자도 6% 가까이 증가했다. 호황 사이클로 접어든 반도체 등 정보기술(IT) 업종에서 장비 투자가 대규모로 이뤄진 데 따른 것이다. 지난달 건설기성(이미 이뤄진 공사 실적)도 6.4% 증가해 건설업 부진에 대한 우려를 잠재웠다.

‘옥에 티’라면 소매판매가 정부 소비진작책인 코리아세일페스타 종료로 0.2% 감소한 것이었다. 소매판매는 2개월째 부진했다.

가동률 오르고 재고 줄고

지난달 제조업 평균 가동률은 73.5%로 전달에 비해 3.0%포인트 상승했고, 제조업 재고는 1.1% 감소하는 등 경기 바닥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가 최근 두세 달 부진에서 벗어나는 모습이다. 생산이 늘면서 투자 증가를 동반하고, 공장 가동률이 오르고, 재고는 줄어드는 양상이 전형적인 경기바닥 탈출 신호라는 해석도 나온다.

기업 이익도 나쁘지 않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1.6% 증가했다. 물론 ‘마른 수건 쥐어짜기’ 식의 비용 절감이란 분석도 있지만 ‘기업 체질 개선’의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는 반론도 나온다.

개인 소득에 물리는 소득세와 기업 활동 결과물인 법인세, 소비 흐름을 보여주는 부가가치세 등 모든 세목에서 지난 1~10월 걷힌 세금이 전년 동기 대비 23조원 늘었을 정도로 경제 전반의 활동이 활발했다.

정부, “경기회복 동력 약하다”

정부는 아직 신중하다. 자동차 파업 종료, 갤럭시노트7 이슈 약화 등에 따른 일시적인 지표 반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체감 지표가 여전히 좋지 않다는 게 첫째 이유다.

한국은행이 발표하는 제조업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반년째 71~72를 오르내리고 있다. BSI가 100 미만이면 향후 경기를 부정적으로 본 기업이 긍정적으로 전망한 곳보다 많다는 의미다.

소비심리 지표도 좋지 않다. 10월까지 101.9를 나타낸 한은 소비자심리지수는 이달 94.2까지 곤두박질쳤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이날 발표한 매출 기준 600대 기업 대상 BSI 조사 결과에서도 1월 종합경기 전망치는 기준치 100을 훨씬 밑돈 89.9를 나타냈다.

국내 정치 불안과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기조 변화, 금리 인상 가속화 가능성 등 국내외 변수들도 정부 신중론의 근거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대내외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어 전반적인 경기회복 동력이 약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