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경제 박람회 1∼4일 서울 코엑스 개최
게임 체험 관람객 북적, 스타트업 부스는 한산…'주객전도' 지적도


'신기하다' '재밌다'는 감탄사가 행사장 여기저기서 들렸다.

상당수 관람객은 저마다 얼굴의 절반을 가리는 헤드 마운티드 디스플레이(HMD·머리에 쓰는 기기)를 쓰고 가상현실(VR) 게임을 즐겼다.

행사장 한쪽에는 환자를 가장 편안한 자세로 옮겨주는 로봇과 소형 무인 전기차도 전시됐다.

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나흘 일정으로 개막한 2016년 창조경제박람회에서는 이처럼 일상에서 쓸 수 있는 제품들이 대거 선보였다.

저마다 첨단 과학기술과 참신한 아이디어가 적용됐지만, '생활 소품'이라는 생각에 거부감이 들지 않았다.

국내 스타트업인 '볼레디'(BallReady)는 버튼을 누르면 공이 튀어나오는 전기밥솥만 한 반려견 장난감을 선보였다.

반려견이 공을 다시 물어다 장난감에 놓으면 자동으로 먹이가 나온다.

업체 관계자는 "기계공학을 전공한 대표가 자신의 반려견과 재밌게 놀 수 있는 아이디어를 구현한 제품"이라며 "해외시장에 진출할 길을 알아보려고 박람회에 참가했다"고 말했다.

대전창조경제혁신센터 보육기업인 '고미'도 반려견 장난감을 선보였다.

프로그램에 따라 3분간 자동으로 움직이고 3분은 가만히 있는다.

이성호 고미 연구소장은 "혼자 집을 보는 강아지를 위해 만들었다"고 계기를 밝혔다.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에 입주한 스타트업 '뷰틱'(VUTIC)은 실제 제품이나 제품 사진에 스마트폰을 갖다 대면 판매 날짜나 가격 등의 정보를 알려주는 플랫폼을 선보였다.

뷰틱은 경기콘텐츠진흥원의 지원을 받고 있다.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 보육기업인 에스멜린(S.MELIN)은 핸드폰 충전기에 꽂으면 표면이 65도 정도로 가열되는 헤어롤을 선보였다.

최영수 에스멜린 CEO는 "아이디어만 가지고 창조경제혁신센터에 들어갔고 여기서 기술지원, 멘토링 등 사업화에 필요한 모든 것을 지원받았다"고 말했다.

대기업과 중소·벤처기업의 협업사례에서도 첨단 과학기술이 적용된 생활 제품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효성이 운영하는 창업기업 보육기관에서는 탄소섬유로 만든 다양한 제품이 전시됐다.

이 중 'CES'는 열을 내는 탄소섬유를 이용한 가정용 온풍기 시제품을 선보였다.

박종오 CES 대표는 "기존 열선은 니켈크롬으로 만드는데 우리는 탄소섬유를 썼다"고 설명했다.

기존 니켈크롬선은 뜨거운 바람을 만들 때 온도가 800도까지 치솟지만, 탄소섬유는 130도 정도만 올라가기 때문에 화재와 화상의 위험이 줄어든다.

스타트업인 '비쥬얼캠프'(visual camp)는 SK텔레콤의 지원을 받아 개발한 '시선 추적 기기'를 선보였다.

인터넷쇼핑몰이나 광고를 보는 소비자의 성향을 파악하는 데 쓸 수 있다는 게 업체의 설명이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에 대고 흥얼거리면 악보를 만들어주는 애플리케이션(앱)과 건강 상태를 알려주는 벨트, 스마트폰 메모를 접착식 용지에 프린트해주는 기기 등 직원의 아이디어로 만든 참신한 제품을 선보였다.

현대기아자동차는 자율주행 VR 시뮬레이터를, 네이버는 고성능 통번역 서비스인 '파파고'를 소개했다.

다만 최근 최순실 국정 농단의 여파로 '창조경제'의 이미지가 그리 좋지 않은 탓인지 박람회의 관람객 수는 2014년이나 지난해에 비해 적다는 반응이 많았다.

또 카카오나 오큘러스 코리아 등이 선보인 가상현실(VR) 게임 체험공간에 관람객이 몰렸고, 박람회의 주인공인 스타트업의 부스는 한산해 주객이 전도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서울연합뉴스) 신선미 기자 s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