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롯데는 신영자에 상반기 13억 지급

롯데 그룹 전체가 검찰 수사와 유통사업 실적 부진 탓에 사상 최대의 '위기'를 겪고 있지만 신격호 총괄회장이나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등 경영에 관여하지 않은 오너 일가에게 상반기에만 20억원이 넘는 보수를 지급해 논란이 일고 있다.

◇ 롯데쇼핑, 신격호에 신동빈보다 많이 지급
롯데쇼핑이 지난 17일 공시한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롯데쇼핑은 상근 등기임원(대표이사)인 신격호 총괄회장에게 상반기(1~6월)에 모두 8억원을 보수로 지급했다.

신 총괄회장의 정신 건강은 현재 법정에서 후견인(법정대리인) 지정 필요성이 논의될만큼 문제가 되고 있다.

더구나 작년 10월 신 총괄회장 집무실(소공동 롯데호텔 34층) 관할권이 장남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에게 넘어간 이후 롯데쇼핑을 비롯한 그룹 어느 계열사로부터도 업무보고 한번 받지 않을만큼 경영과는 무관했지만, 작년 상반기와 똑같은 수준의 급여를 받은 것이다.

신 총괄회장은 작년에도 롯데쇼핑으로부터 16억원의 보수를 받았다.

차남 신동빈 회장(15억원)보다도 많은 금액이다.

특히 롯데쇼핑이 현재 최악의 실적 부진을 겪고 있다는 점에서 신격호 총괄회장의 대표이사직 유지와 급여 수령은 더 논란거리다.

올해 상반기 롯데쇼핑의 영업이익은 3천79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9.2%나 줄었다.

매출 증가율도 2.3%에 불과했다.

지난해 5월 이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로 소비가 크게 위축된 사실을 감안하면 거의 회복하지 못한 셈이다.

특히 사업부문 중 롯데마트의 경우 2분기에만 무려 630억원의 영업손실을 봤다.

이 때문에 증권업계에서는 롯데마트의 생존 경쟁력 자체를 의심하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NH투자증권은 "국내 마트 산업은 신선식품 구매율 하락과 온라인 소비 확산으로 영업환경이 악화하는 추세여서 하위 사업자인 롯데마트가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같은 실적 부진 탓에 지난해 9월 29만원대였던 롯데쇼핑의 주가도 현재 20만원 수준으로 1년만에 31%나 떨어진 상태다.

롯데쇼핑의 또 다른 등기 임원인 신동빈 회장과 이인원 부회장은 올해 상반기 각각 6억2천500만원, 5억1천200만원의 급여를 수령했다.

이원준 롯데백화점 대표와 김종인 롯데마트 대표의 경우 상반기 급여가 5억원을 넘지 않아 공시 의무가 없지만 지난해 전체 연봉액을 고려할 때 3억~4억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 신영자, 호텔롯데에서 상여금 5억까지 챙겨
롯데면세점 입점 로비 의혹으로 현재 구속 수감 중인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도 상반기에 13억원이 넘는 보수를 챙겼다.

16일 제출된 호텔롯데의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호텔롯데의 비상근 등기임원인 신 이사장은 상반기에 8억5천만원의 급여와 4억9천600억원 상여 등 모두 12억4천600만원을 받았다.

호텔롯데 경영에 실질적으로 거의 기여한 바가 없는 오너가 비상근 임원, 더구나 80억원대 뒷돈과 횡령 혐의로 기소돼 오히려 호텔롯데 이미지와 영업에 막대한 타격을 입힌 장본인에게 '보너스'까지 지급된 것이다.

신영자 이사장은 지난해에도 호텔롯데(22억6천800만원)와 롯데쇼핑(5억원)으로부터 모두 27억6천800만원의 보수를 수령한 바 있다.

롯데제과·롯데칠성·롯데푸드·롯데건설·롯데쇼핑·코리아세븐·롯데정보통신 등으로부터 보유 지분에 대한 13억원200만원의 배당금도 받았다.

재계 관계자는 "롯데쇼핑의 경우 작년 영업이익이 2104년보다 28%나 급감하고 올해 상반기도 20%나 줄어든 사실상 경영 위기이고, 호텔롯데도 지난해 11월 잠실 롯데면세점을 뺏기고 주식시장 상장도 무산된 최악의 상황"이라며 "이런 실정인데도 고령과 비리 의혹 등으로 경영에 도움이 되지 않는 오너 일가에 1년에 수십억원씩 보수를 지급한다는 것은 비상식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더구나 이들이 등기임원을 맡고 있는 비상장사들도 많아 공시조차 되지 않는 급여도 적지 않을 것"이라며 "롯데가 약속한 '투명한 지배구조'를 실현하려면 우선 경영과 무관한 오너가의 등기임원 퇴임부터 서둘러야 할 것"이라고 일침을 놓았다.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기자 shk99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