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소재 편백나무·옻, 3D 프린터 소재 활용
이헌주 KIST 선임연구원팀 개발 추진

3D프린터가 다양하면서도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권총 같은 무기와 인간 장기부터 사람이 사는 거대한 집까지 3D프린터로 제작될 전망이다.

3D프린터의 진화는 일반 프린터의 잉크처럼 3D프린터에 넣으면 여러 형상을 만들 수 있는 소재의 발전이 큰 영향을 미친다.

기존 3D프린터 소재는 화학적으로 만들어져 인체에 유해했지만, 최근 목재나 옻, 옥수수 가루 등 친환경 재료가 소재로 시도되며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가고 있다.

27일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이헌주 KIST 선임연구원은 편백나무를 3D 프린팅용 소재로 만드는 과정을 직접 보여줬다.

재봉틀만 한 기기에 빨간 글씨가 '반짝'하고 들어오더니 기기 한쪽 끝에서 하얀 줄이 한 가닥 흘러나온다.

기기 옆에 선 연구원이 하얀 줄을 핀셋으로 집는다.

"이것은 3D 프린터에 넣으면 여러 형상을 만들 수 있는 소재입니다.

옥수수 가루에 편백나무 가루를 섞어 만든 것이죠."
이 연구원팀은 현재 전통소재로 3D 프린팅 소재를 만드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기존 3D 프린팅 소재는 인체에 유해하고 내구성이 떨어지는 등 한계가 있었지만 이를 극복하는 신소재를 개발하겠다는 것이다.

이 연구원은 "기존 3D 프린팅 소재 중 하나인 옥수수 가루에 전통소재인 편백나무 가루를 섞으면 나무 향이 첨가된 새로운 3D 프린팅 소재가 된다"고 밝혔다.

3D 프린팅 소재는 흔히 고온에 녹는 줄 모양으로 생겼다.

하지만 나무는 고온에 녹는 성질이 없어 이런 소재를 만들기 어렵기 때문에 현재로썬 기존 3D 프린팅 소재에 섞어 주는 방식을 쓴다.

이 연구원은 3D프린틴 소재를 만들 때 사용하는 편백나무 가루를 보여줬다.

가루의 입자는 30~50㎛(마이크로미터·100만분의 1m) 정도로 고와 마치 미숫가루처럼 보일 정도였다.

나무의 색에 따라 소재의 색도 달라진다.

장미나무가 10% 정도 들어간 소재는 붉은색에 가깝고 계피나무가 들어가면 황토색에 가까웠다.

현재는 나무 함량이 10% 정도지만 연구팀은 점차 함량을 높여갈 계획이다.

이 연구원은 이어 나무가 함유된 소재로 실제 3D 프린팅 구조물을 제작했다.

3D 프린터 소재에 나무가 포함된 덕에 제작된 구조물은 실제 나무를 깎아 만든 듯한 질감을 줬다.

이 연구원은 이해신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팀과 함께 3D 프린팅 과정에서 쓰는 친환경 접착제도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옻나무 껍질의 상처에서 흘러나오는 '옻'을 이용한 것이다.

이 연구원은 "보통 본드 특유의 냄새는 '휘발성 유기용매' 때문인데, 이는 독성이 상당하다"며 "공동연구에서는 용매 대신 물을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옻이 들어간 접착제를 사용한 소재가 집을 지을 수 있을 만큼 힘을 견디는 능력이 우수한 것으로 나타난 만큼 연구진은 접착제를 써서 건축구조재도 제작할 계획이다.

이 연구원은 이들 구조재를 이용해 5년 뒤 1층짜리 한옥을 짓는 것이 목표다.

(서울연합뉴스) 신선미 기자 s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