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과 전망…용선료 인하 협상이 중요"

해외 선주들과의 용선료 협상에 난항을 겪고 있는 현대상선의 채권단이 24일 조건부 출자전환을 의결한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대상선 채권단은 지난 17일 채권단협의회 안건으로 올린 7천억원 규모의 출자전환을 포함한 채무재조정 방안에 대해 24일까지 개시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전체 채권금융기관 가운데 지분율 75% 이상이 서면으로 동의 의견을 보내면 안건은 가결된다.

현대상선 채권단은 산업·하나·우리·국민·농협·신한·경남은행과 신용보증기금, 회사채안정화펀드 등 9곳으로 구성됐다.

채권단은 협약채권 가운데 무담보 일반채권의 60%, 회사채 신속인수제로 보유한 채권의 50% 등 총 7천억원 수준의 출자전환을 준비하고 있다.

애초 현대상선 채권단은 20일로 예정돼 있던 용선료 협상 데드라인을 앞두고 출자전환 안건을 부의하고, 이후 채무재조정을 진행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18일 채권단까지 포함해 열린 주요 해외 선주와의 대면 협상이 소득 없이 끝나고, 데드라인 역시 잠정적으로 이달 말까지 연기됨에 따라 계획에는 다소 차질이 생겼다.

현대상선은 당시 대면 협상을 마친 이후 개별 용선주를 상대로 한 '일대일 협상'으로 방식을 전환해 각 선주의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

용선료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지만, 채권단의 출자전환 안건은 무리 없이 가결될 것으로 전망된다.

채권단의 출자전환 역시 용선료 인하, 사채권자들의 출자전환 동참 등 이해관계자들이 모두 고통분담에 합의했을 때에야 본격적으로 지원이 이뤄지는 '조건부'이기 때문이다.

용선료 협상이 막바지에 이른 상황에서, 채권단의 선제적인 출자전환 결의는 용선주들의 희생분담을 우회적으로 압박하는 수단이 될 수도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조건부 출자전환 안건이 가결됐음에도 용선료 협상이 진전되지 않는다면 현대상선의 구조조정 틀은 와해되고, 법원 주도의 회생절차(법정관리)를 밟는 것이 불가피해진다.

채권단은 최악의 경우에는 법정관리에 돌입하기 위한 준비 역시 그동안 진행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단 관계자는 "출자전환 안건 자체는 문제없이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며 "결국 관건은 해외 선주들이 용선료 인하에 합의하느냐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울연합뉴스) 고동욱 기자 sncwoo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