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B 보고서 "통계 공개 30분 전부터 시장 크게 움직여"

미국 경제지표를 발표 전에 입수해 일부 투자자들이 부당이익을 챙긴 확실한 증거를 찾았다고 유럽중앙은행(ECB)의 연구자들이 밝혔다.

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이날 ECB 연구자들은 이런 연구 결과를 발표하고 다수의 주요 경제지표가 시장 참가자들에게 사전에 새나갔다고 경고했다.

이들은 트레이더들이 이를 통해 국채 선물 등 2개 시장에서 6년간 모두 1억6천만달러(1천821억원) 이상을 벌었을 것으로 추산했다.

연구자들은 2008∼2014년 미국에서 발표된 시장을 움직일 수 있는 지표 21개를 조사했다.

기존주택 판매와 국내총생산 예비치, 산업생산 등의 지표가 포함됐다.

이 가운데 7개에서 공식 발표 시간 30분쯤 전부터 주가지수와 국채 선물이 큰 폭으로 움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초기의 움직임은 발표에 따른 가격 변동의 절반에 달했다.

보고서는 2008년부터 문제가 심해졌다면서 트레이더들이 2008년 이후 S&P E-미니 선물 시장에서만 연간 약 2천만달러(약 228억원)를 벌었다고 추산했다.

대부분의 통계는 민간 협회가 제공한 것이며 정부가 발표한 지표도 2개 있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와 다른 정부 기관은 엠바고를 설정한 경제 정보를 언론사에 미리 배포한다.

공식 발표 시각까지는 보도할 수 없다.

앞서 2주 전에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감찰관은 민감한 경제 정보를 언론에 사전 배포할 때 통제를 강화할 것을 촉구한 바 있다.

미국 부동산중개협회(NAR)와 구매관리자협회(ISM) 같은 민간단체의 데이터도 언론에 사전에 제공된다.

NAR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합의해 기존주택 판매 보고서를 기자들에게 직접 전달하고 있으며 공식 발표 때까지 어떤 정보도 다른 사람에게 전하는 것을 금하고 있다.

잠정 주택판매 통계는 엠바고를 설정해 이메일로 제공한다.

이 단체의 애덤 드생티스 대변인은 성명에서 규칙을 깨는 언론사는 NAR의 엠바고 보도자료를 무기한으로 받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ECB 연구자들은 보고서에서 "금융시장의 공정성을 보장하기 위해 시장을 움직일 수 있는 모든 발표에서 엄격한 절차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연구자들은 또 데이터가 유출된 경위에 대한 수사를 촉구했다.

앞서 우크라이나인 2명이 보도자료 서비스 회사를 해킹해 기업실적 정보를 미리 입수한 일로 지난해 SEC로부터 기소됐다.

뉴질랜드 중앙은행은 지난 3월의 전격적인 금리 인하 결정이 기자를 통해 유출됐다는 것을 발견하고 발표 절차를 강화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윤구 기자 kimy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