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8일 발표한 산업개혁 방안에는 구조조정의 최일선에 서 있는 국책은행의 자본확충과 자구노력에 나서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정부와 채권단이 주도해 선제적인 구조조정에 속도를 붙이려 하는 만큼, 산업은행·수출입은행 등의 '실탄'이 부족하지 않도록 준비시키겠다는 의미다.

몇 년 전부터 진행돼 온 조선·해운업 불황의 여파로 국책은행의 건전성은 이미 상당히 낮아진 상태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산업은행의 부실채권은 7조3천억원, 수출입은행의 부실채권은 4조원에 달한다.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은 산업은행이 14.2%, 수출입은행이 10.0% 수준이다.

현재 예정된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데 문제가 생기는 수준은 아니지만, 앞으로 구조조정의 범위가 확대될수록 두 은행의 부담은 커지게 된다.

이에 따라 정부는 우선 국책은행의 자본을 확충할 계획이다.

구체적인 필요재원 규모를 산정하기 위해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한국은행, 산업은행, 수출입은행은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다음 주 본격적인 논의에 착수하기로 했다.

자본확충 방법은 결국 정부의 현물출자 등 재정지원과 한국은행의 발권력 동원 등이 거론된다.

산업은행의 산업금융채권(산금채)이나 후순위채 발행을 통한 방안도 있다.

국책은행의 자체적인 자구노력도 병행된다.

우선 산업은행이 투자하거나 구조조정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보유하게 된 자회사의 매각에 속도를 붙인다.

산업은행이 지분 5% 이상 출자한 비금융사는 377개(출자전환 34개, 중소·벤처투자 등 343개)로 장부가 기준 9조3천억원에 달한다.

산업은행은 출자전환기업(5% 이상) 34개와 중소·벤처기업(15% 이상) 98개 등 132개를 우선 매각 대상으로 삼아 올해 안으로 46곳을 매각할 방침이다.

또 자체적으로 자본을 확충하기 위해 올해 1조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분산해 발행할 예정이다.

아울러 기업고객이 96.4%로 경기 변동에 민감한 여신 구조를 보유한 산업은행은 조달 구조를 안정화하기 위해 현재 원화 조달의 27%를 차지하는 예수금 비중을 30% 수준으로 높일 방침이다.

국책은행은 인력·조직 개편에도 나선다.

구조조정에 속도를 붙이기 위해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인력과 조직을 확대하는 방안이 우선 거론된다.

동시에 인건비 절감 등 내부적인 구조조정에도 나설 가능성이 있다.

산업은행은 지난해 대우조선해양 사태를 거치면서 국책은행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비판에 직면하자 팀장 이상 직원들의 임금인상분을 전액 반납하고 경비 절감 결의를 한 바 있다.

내부 조직진단을 거쳐 구조조정본부를 구조조정부문으로 격상하는 조직개편도 단행했다.

수출입은행도 올해 경영진의 임금을 삭감하고, 전 직원의 임금인상분을 반납하는 등 여건 악화에 대비한 긴축경영을 시작했다.

(서울연합뉴스) 고동욱 기자 sncwoo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