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기업 러에코(LeEco)가 지난 20일 베이징에서 고사양 전기차 ‘러시(LeSEE)’ 시제품을 공개했다. 최고시속 약 200㎞에 자율주행·주차 기능까지 갖췄다.

중국 기업이 그동안 선보인 전기차 수준과는 확실히 다르다는 평가를 받았다. 중국 인터넷기업 텐센트가 투자한 전기차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퓨처모빌리티는 독일 BMW의 차량개발 핵심인력을 통째로 스카우트했다.

홍콩 언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1일 “그동안 저가 전기차 개발에 주력해온 중국 전기차 업체들이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전기차업체 테슬라의 경쟁상대가 의외로 중국에서 등장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빠르게 진화하는 中 전기차

중국의 '전기차 야심'…테슬라 질주 막는다
러에코의 시제품 러시 발표회가 열린 베이징 러스체육생태경기장에는 약 1만6000명에 이르는 관람객이 몰렸다. 이 자리에서 러에코는 주차장에 있는 차를 스마트폰으로 호출해 운전자가 서 있는 곳에 정확히 도착하게 하는 장면의 동영상을 공개했다.

러에코는 이 차의 최고시속이 200㎞라는 것 외에 다른 구체적 사양이나 출시 시기 등은 공개하지 않았다.

자웨팅 러에코 회장은 “러시는 1회 충전 시 최대 주행거리, 시속 100㎞에 이르는 데 걸리는 시간(제로백) 등 모든 면에서 테슬라의 전기차 모델S를 능가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러시 판매 가격도 파격적인 수준이 될 것”이라고 했다. 딩레이 러에코 자동차부문 대표도 “클라우드컴퓨팅, 차량호출 서비스, 온라인 비디오 스트리밍 등 러에코의 모든 제품과 서비스를 러시에 집약했다”며 “우리는 단순한 전기차가 아니라 미래의 새로운 교통수단을 창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러시 개발에는 러에코가 미국에 설립한 전기차 스타트업 패러데이퓨처와 영국 럭셔리카 제조업체 애스턴마틴이 공동 참여했다. 러에코는 러시를 상업생산하기 위해 중국 메이저급 토종 자동차업체와 전략적 제휴를 추진하고 있다. 베이징 시내에는 대형 매장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적극 지원 나선 中 정부

중국 내 전기차 판매대수는 2011년 8159대에 불과했지만 2014년부터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작년에는 24만7482대로 불과 4년 만에 약 30배 커졌다. 중국 정부가 극심한 대기오염 문제를 해결하고, 신성장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보조금 지원 △세금 감면 △충전 인프라 확충 등 다양한 전기차 개발 지원책을 시행한 것이 주효했다.

중국 정부는 2020년까지 전기차 누적 보급대수를 500만대까지 늘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지난해 발표한 ‘중국제조 2025’계획에서도 앞으로 10년간 전기차산업을 집중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지금까지 출시된 중국 전기차는 대부분 경차였다. 디자인도 투박해 테슬라의 전기차와는 경쟁상대가 되지 못했다. 러에코가 선보인 러시는 중국의 전기차 수준이 한 단계 도약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자동차 전문가들은 평가했다.

중국 기업들은 해외 전문인력을 과감하게 스카우트해 전기차 품질을 높이고 있다. 퓨처모빌리티는 최근 BMW에서 하이브리드 스포츠카 ‘i8’ 개발을 주도한 카스텐 브레이트펠드를 비롯해 핵심인력 네 명을 영입했다. 패러데이퓨처도 BMW에서 전기차 ‘i3’를 디자인한 한국계 리처드 김과 테슬라 출신 임원을 대거 스카우트했다.

베이징=김동윤 특파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