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 보험그룹인 독일 알리안츠가 불과 300만달러(약 35억원)를 받고 한국 알리안츠생명을 중국 안방보험에 매각한 것으로 밝혀지면서 헐값 매각의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300만달러는 시장에서 예상한 2000억~3000억원을 크게 밑도는 액수일 뿐 아니라 또 다른 인수후보였던 IBK투자증권 컨소시엄이 제시한 가격(4500억원)의 7% 수준에 불과하다.

독일 알리안츠는 1999년 당시 4위 보험사였던 제일생명을 인수한 뒤 유상증자 등에 1조3000억원을 쏟아부었던 만큼 엄청난 손실을 보고 한국 시장에서 철수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알리안츠생명이 우발채무와 부실 자산으로 사실상 자본잠식 상태라는 얘기가 나오기도 했다.

알리안츠생명 측은 “자본잠식 상태라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또 다른 매각 측 관계자는 “안방보험이 알리안츠생명을 인수한 뒤 3000억원 안팎의 유상증자를 계획하고 있다”며 “인수 후 투입해야 할 신규 자금과 구조조정 비용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보면 헐값 매각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알리안츠생명은 170% 안팎까지 떨어진 지급여력비율(RBC)을 200% 이상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3500억원가량의 유상증자가 필요하다는 보고서를 지난해 하반기 독일 본사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르면 2020년 보험사 회계에 국제회계기준(IFRS4) 2단계가 적용되는 것도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IFRS4에 따라 보험 계약자에게 돌려줘야 할 보험금(부채)을 시가로 평가하면 알리안츠생명에 수천억원의 자금을 추가로 투입해야 할 가능성이 있다.

업계에서는 안방보험이 알리안츠생명을 인수한 뒤 인력 구조조정에 1000억원 이상의 비용을 부담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