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철 기술보증기금 이사장(오른쪽)이 공연기획사인 아시아브릿지컨텐츠를 찾아 경영 애로사항을 듣고 있다. 기술보증기금 제공
김한철 기술보증기금 이사장(오른쪽)이 공연기획사인 아시아브릿지컨텐츠를 찾아 경영 애로사항을 듣고 있다. 기술보증기금 제공
드라마 제작사 메이퀸픽쳐스의 김진천 대표는 지난해 초 속이 타들어 갔다. TV 드라마 ‘화려한 유혹’ 제작을 준비 중이었다. 예상 제작비가 150억원 이상인 대형 작품이었다. 하지만 초기 ‘종잣돈’이 부족했다. 작가료, 주연배우 및 연출자 계약금 등이 차질 없이 지출돼야 편성 확정이 되고, 외부 투자금 확보도 가능했다.

은행 문을 두드렸지만 딱히 답이 나오지 않았다. 메이퀸, 황금무지개 등 인기 드라마를 제작해왔지만 당시에는 자본금 5000만원, 상시 직원 3명의 업체였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작년 6월 기술보증기금을 찾았다. 기보는 시놉시스, 제작실적, 콘텐츠 경쟁력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10억원을 지원키로 했다. 김 대표는 이를 통해 MBC와 50회 방영 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20억원을 추가 지원받았다. 김 대표는 “드라마 제작에서 기획 단계 자금 조달이 가장 어렵다”며 “기보의 지원으로 자본금 20억원의 탄탄한 업체로 자리잡았다”고 말했다.

'K콘텐츠' 지원사격 나선 기술보증기금
뮤지컬 제작을 하는 쇼미디어그룹도 지난해 기보 지원으로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공연을 무사히 마쳤다. 지난해 8~9월 초기 제작비 22억원을 지원받아 샤롯데씨어터와 대관 계약을 맺고 작품을 기획했다. TV 드라마인 육룡이 나르샤와 치즈인더트랩, 뮤지컬 위키드, 조용필 콘서트 등도 기보 지원을 받았다.

기보는 기술금융의 범위를 문화콘텐츠로 넓히고 있다. 작년 관련 분야에 2935억원의 신규 보증을 했고, 올해도 3000억원 정도를 지원할 예정이다. 올초 문화콘텐츠 금융센터를 신설했다. 각종 콘텐츠를 심사하는 전담 조직을 구성한 것. 앞으로 이를 전국에 3개까지 늘릴 방침이다.

문화콘텐츠 지원은 기업 평가보다 콘텐츠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특징이다. 기보는 2004년부터 TV 드라마와 영화, 뮤지컬, 게임 등 11개 장르별 평가모형을 만들어 활용하고 있다. 예를 들면 TV 드라마는 제작 인력의 역량과 시나리오의 대중성, 방영 확정성, 선판매 현황 등을 평가한다. 업체들은 제작비의 20~60%를 지원받고, 제작 이후 판매대금 및 관련 수익금으로 대출금을 상환하면 된다.

김한철 기보 이사장은 “계속해서 평가 모델을 가다듬고, 2020년까지 지원 규모를 5000억원으로 늘려 문화콘텐츠 한류에 앞장서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현동 기자 gr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