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국이 견인하던 '세계 경제성장 엔진'…다시 선진국이 이끈다
“내년에는 선진국이 세계 경제 성장을 이끈다. 중국 등 주요 신흥국은 위기를 모면하는 데 만족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이 독점 발간한 이코노미스트 ‘2016 세계경제 대전망’
한국경제신문이 독점 발간한 이코노미스트 ‘2016 세계경제 대전망’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2009년 글로벌 경제 불황이 끝난 이후 경제 성장은 대부분 이머징마켓에서 이뤄졌지만, 2016년에는 선진국의 기여도가 가장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브라질과 러시아 인도 중국 등 ‘브릭스(BRICs)’ 국가들이 활력을 찾지 못하는 반면,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에서는 견실한 성장이 예상된다는 이유에서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선진국들의 세계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 기여도는 내년에 43%까지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머징마켓의 비중은 34% 정도에 그칠 전망이다. 2013년에는 이머징마켓의 실질 GDP 성장 기여도가 47%에 달했고 선진국은 30%를 겨우 넘어섰다.

브릭스 국가에 대한 이코노미스트의 평가는 야박했다. ‘안쓰럽다’는 표현까지 사용했다. 이코노미스트는 “브라질 정부는 무능력하고 부패했으며 러시아 정부도 나을 것이 없다”며 “두 나라는 침체 상태를 보일 것”이라고 전했다. 중국에 대해서도 회의적이었다. 중국 정부의 발표를 믿는다면 내년에 꽤 괜찮은 성과를 보이겠지만 실제로는 연 6.5% 성장률에 못 미칠 게 거의 확실하다는 것이다. 이코노미스트는 “채무불이행 증가와 은행 파산, 투자 붕괴로 내년에 중국이 위기를 맞을 확률이 33%로 최근 30년간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전망했다.

인도는 연 7% 이상 성장하겠지만 2005~2010년 평균 성장률(8.5%)보다 낮은 수준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코노미스트는 “내년에 인도는 경제 성장률이 중국을 따라잡았다고 떠들겠지만 10년 전 중국 경제가 인도 규모였을 때 연 13%씩 성장한 사실을 감안하면 갈 길이 멀다”고 지적했다.

선진국 경제에는 긍정적 시각을 드러냈다. ‘두드러지지는 않더라도 견실한’ 성장을 이뤄낼 것으로 내다봤다.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경제는 연 2.5%가량 성장하고 1990년대 이래 처음으로 6년 연속 신규 일자리를 최소 200만개 이상 창출할 것”이라며 “유럽도 시한폭탄이었던 그리스 ‘뇌관’이 제거돼 더 이상 경기 후퇴나 디플레이션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고 전망했다. 유로존과 일본의 경제 성장은 예년 수준보다 양호한 연 1.6% 안팎으로 추산했다. 영국도 금리인상으로 가계 부문에서 취약점이 드러날 수 있다면서도 연 2% 이상 경제 성장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이 경제에 미치는 충격을 우려해 조금씩 간격을 두고 금리 인상에 나서겠지만 이머징마켓에서 투자자본이 대량으로 빠져나갈 수 있다는 점은 주의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가능성은 작지만 이머징마켓에서 금융위기가 재발하면 선진국 경제 개선이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코노미스트는 베네수엘라, 터키,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을 위험 국가로 거론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상당수 국가가 경제 성장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꾸준한 소비 수요와 기업 신뢰도 개선, 정치적 안정성 확보를 토대로 세계 경기가 동시에 호전되는 상황은 내년에도 기대하기 힘들다”고 진단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