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발 불안 속 "유로화는 안전자산" 인식 커져

세계 금융시장이 중국발(發) 쇼크에 출렁이는 가운데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단일통화인 유로화 가치가 급등하고 있다.

유로화는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이탈) 우려에 지난 3월에만 해도 패러티(1유로=1달러) 가능성까지 점치는 전망이 나올 정도로 급락했지만 몇개월 새 급반등세를 보이고 있다.

24일(현지시간) 오전 런던 외환시장에서 유로화 가치는 상승세를 이어가 미국 달러화에 대해 유로당 1.148달러에 거래됐다.

지난 2주동안 달러화 대비 4.5%나 급등했다.

이달 초 유로화는 재개장한 아테네 증시 폭락 속에서 한때 유로당 1.08달러대까지 하락했다.

이후 중국의 전격적인 위안화 절하에 이어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Fed)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서 금리 인상 시점에 대한 뚜렷한 신호가 나오지 않은 데다 중국 경제성장 둔화에 따른 전 세계 증시 급락으로 미 금리인상 시기가 늦춰질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되는 가운데 진행되고 있다.

경제분석가들은 유로존 경제에 대한 불안이 누그러든 것이 유로화 가치를 밀어올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유로화 가치 상승을 중국발 세계금융 시장 불안 속에서 심화하고 있는 '안전 자산' 선호 현상 맥락에서 진단하는 시각도 있다.

라보뱅크의 선임외환전략가 제인 폴리는 미국 CNBC 방송에 "유로화가 '안전 자산'같은 성격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시장이 지난해 7월부터 올해 3월까지 축적돼온 엄청난 유로화 부족을 메우고 있다"면서 "이런 현상은 투자자들이 중국경제 둔화와 미 금리인상 시기 불확실성 때문에 위험자산을 처분하면서 '안전 자산'을 찾는 가운데 나타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영국 경제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도 일본 엔화처럼 안전 자산으로서 유로화가 뒷받침되고 있는 것이 유로화 상승에 한몫했다고 분석했다.

금 뿐만 아니라 유로화도 지금의 전 세계 금융시장 불안에서 한층 고조되고 있는 '안전 자산' 선호 현상에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이에 따라 미 연준의 금리인상 시기가 좀 더 명확해지기 전까지 유로화 가치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THS 파트너스의 펀드매니저 카토 스토넥스는 "국제유가 하락 및 구조 개혁에 뒷받침된 유로존 경쟁력 증가가 투자자들로 하여금 펀더멘털에 대한 시각과 유럽 경제가 훨씬 잘하고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고 있다"면서 유로화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런던연합뉴스) 황정우 특파원 jungw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