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최강자 구글, 통신시장 진출
구글이 월 20달러(약 2만1660원)짜리 ‘알뜰폰’ 사업을 통해 이동통신서비스 시장에 진출했다. 미국 통신업계는 물론 세계 정보기술(IT)회사들은 인터넷 검색시장과 휴대폰 운영체계(OS), 휴대폰시장에서 강력한 지배력을 갖고 있는 구글이 이동통신시장에까지 진출하자 바짝 긴장하고 있다.

◆20달러에 음성·문자 무제한

인터넷 최강자 구글, 통신시장 진출
구글은 22일(현지시간) 홈페이지를 통해 알뜰폰 서비스인 ‘프로젝트 파이’를 출시했다고 발표했다. 가상이동통신망사업자(MVNO)가 정식 명칭인 알뜰폰은 이동통신망을 직접 구축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 업체에서 망을 임차해 제공하는 휴대전화 통신 서비스다. 통신망은 미국 스프린트와 T모바일에서 빌렸다.

파이의 강점은 단순한 요금체계와 저렴한 요금이다. 20달러를 내면 음성통화와 문자전송을 무제한으로 할 수 있다. 데이터는 1기가바이트(GB)당 10달러를 내면 쓸 수 있다.

다 쓰지 못한 데이터는 현금으로 돌려받을 수 있다. 남은 데이터를 다음달로 이월해주는 수백개의 다른 이동통신서비스와 차별화했다. 통화 품질도 좋다는 게 구글 측 설명이다. 두 개의 통신망 중 속도가 빠른 망을 자동으로 연결해주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다만 이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구글이 만든 휴대폰 ‘넥서스6’를 써야 한다.

◆“온라인 최강자 구글 입지 커질 것”

미국 통신회사들뿐 아니라 세계 IT업계도 구글의 행보에 바짝 긴장하고 있다. 구글은 인터넷 검색 분야를 시작으로 스마트폰 운영체제(안드로이드) 시장에서 최강자로 부상했고 스마트폰(넥서스)도 직접 출시했다. 여기에 이동통신사업까지 진출하면서 ‘온라인 시장의 수직 계열화’를 완성했다. 인터넷 콘텐츠 유통에 최적화된 통신망을 구축하면서 구글의 IT업계 장악력이 더 강화될 것으로 업계에선 보고 있다.

장동현 SK텔레콤 사장은 “통신사들은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요금제를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방점을 찍는데 구글은 추가적인 서비스로 차별화에 나설 것”이라며 “(영향력을 평가하기에는 아직 이르지만)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구글이 사물인터넷(IoT) 시장 진출을 위해 전초기지를 마련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구글은 지난해 1월 IoT 전문회사인 네스트 랩스를 인수했다. 사물끼리 통신하려면 중간중간에 통신망을 갖고 있어야 한다. 통신사업을 하고 있으면 IoT 시장을 선점하는 데 훨씬 유리해진다.

세계 각국에서 통신사업을 하기 위한 첫발을 디뎠다고 평가하는 시각도 있다. 기지국을 세우는 일반 통신회사는 각국의 규제로 진입이 어렵기 때문에 현지 망을 빌려 쓰는 알뜰폰 사업이 구글 같은 비통신사업자의 통신서비스 진출에 적당하다는 분석이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는 “모바일 접속이 싸고 편해졌다는 측면에서 구글의 파이 출시는 일반 휴대폰 사용자뿐 아니라 온라인 기업들에도 호재가 되고 있다”며 “업계에 어떤 파장을 미칠지 주목해야 한다”고 전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