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생산·투자·소비 3대 핵심 실물경기지표가 지난 10월 더욱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5년 반 만의 최저치를 기록한 지난 3분기 성장률(7.3%) 발표 때만 해도 경기가 3분기 바닥을 찍고 4분기에는 소폭 회복세로 돌아설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중국 정부가 최근 몇 달간 내놓은 부동산 모기지 규제 완화, 유동성 공급 등의 경기 부양책이 4분기에 효과를 발휘할 것이란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10월 실물경기지표가 9월 수준에도 못 미치자 경기 둔화의 골이 4분기에 더욱 깊어질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中, 실물경기 또 뒷걸음…4분기 성장 '빨간불'
○10월 생산·소비·투자 모두 부진

13일 중국국가통계국 발표에 따르면 중국의 10월 산업생산 증가율은 전년동월대비 7.7%로 전달(8.0%)보다 0.3%포인트 하락했다. 블룸버그통신이 집계한 전문가들의 예상치 평균(8.0%)에도 못 미쳤다. 산업생산 증가율은 8월 6.9%로 추락한 뒤 9월 8.0%로 올라섰지만 한 달 만에 다시 둔화됐다.

중국의 소비경기를 보여주는 소매판매 증가율 역시 11.5%로 9월(11.6%)보다 소폭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10월 소매판매가 전월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10월 고정자산투자 증가율(연초 대비 누적)도 15.9%로 9월(16.1%) 수준에 못 미쳤다.

이 같은 실물경기지표 부진에는 부동산 경기 둔화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올해 초 20%에 가까운 증가세를 나타내던 부동산 투자 증가율은 줄곧 하락세를 보이며 10월 12.4%(연초대비 누적)까지 추락했다. 국가통계국 집계에 따르면 전국 주요 70개 도시 중 샤먼 한 곳을 제외한 69개 도시의 10월 신규주택 가격이 전달보다 떨어졌다. 부동산 가격 하락이 투자뿐 아니라 소비심리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부동산에서 비롯한 경기 둔화가 가시화되자 중국 정부는 9월 말 부동산 모기지 대출 규제를 전격 완화했다. 또 인민은행은 9~10월 두 달간 7695억위안(약 137조원)의 유동성을 시중은행에 공급했다. 해리스 후 UBS증권 이코노미스트는 “10월 지표 부진으로 지금까지 중국 정부가 내놓은 경기부양책이 충분하지 않다는 게 입증됐다”고 평가했다.

○“4분기 성장률 7.2%까지 추락”

블룸버그통신은 중국의 실물경기가 11월에도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긴 힘들 것으로 전망했다. 부동산 경기가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는 데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개최 기간 오염물질 배출 억제를 위해 베이징과 그 주변 5개성의 주요 공장이 가동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골드만삭스 소시에테제네랄 UBS 등 주요 글로벌 투자은행(IB)은 이런 추세대로라면 중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은 7.3%로 1991년(3.8%) 이후 최저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중국 내 경제 전문가들 역시 중국 경제의 성장세 둔화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쑹궈칭 중국 인민은행 고문은 최근 베이징에서 열린 한 포럼에서 중국의 4분기 경제성장률이 7.2%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판젠핑 중국 국가정보센터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기준금리 인하나 지급준비율 인하 같은 중앙정부의 강력한 부양책이 없으면 중국의 내년 성장률이 7.0%까지 추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베이징=김동윤 특파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