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닛 옐런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첫 주재하며 금융시장에 데뷔한 19일(현지시간) 그의 성향을 놓고 다양한 해석이 나왔다. “벤 버냉키 전 의장보다 더 비둘기파(물가보다 고용을 중시)라는 게 확인됐다”는 평가와 함께 “슈퍼 비둘기파가 아니라 실용주의에 가깝다”는 진단이 나왔다.

손성원 캘리포니아대 석좌교수는 “Fed가 포워드 가이던스(선제적 안내)에서 실업률 6.5% 기준을 폐기하고 다양한 경제 지표를 함께 고려해 금리인상 시기를 결정하겠다는 것은 더 비둘기파적인 정책”이라고 말했다. 손 교수는 “최근 실업률 하락세는 노동시장 참여자가 줄어들면서 생긴 착시효과”라면서 “실업률 외에 다른 것도 함께 보게 되면 경제진단이 더 나빠지는데 이는 금리를 더 늦게 올리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FOMC 성명서에서 “인플레이션과 고용시장이 Fed 목표치에 도달한 이후에도 기준금리는 한동안 정상 수준보다 낮게 유지될 것”이라고 새롭게 강조한 것도 버냉키보다 더 비둘기파적 성향을 드러낸 것으로 평가됐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는 FOMC 성명서 외에 옐런 의장의 기자회견 발언과 시장 반응을 종합해보면 “슈퍼 비둘기가 아니라는 점이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웰스파고 펀드매니지먼트의 브라이언 제이콥슨 수석전략가는 “옐런은 비둘기파가 아니라 실용주의자”라고 했다. 연초 경기둔화를 날씨 탓으로 돌리면서 경기회복세가 지속되고 있다고 진단한 것과 내년 봄 금리인상 가능성을 시사한 발언 등이 매파적 성향을 부각시켰다는 것이다. TD 시큐리티스의 샤운 오스본 환 전략가는 “시장이 예상했던 것보다 더 매파 쪽에 가깝다”고 말했다.

한편 옐런 의장의 기자회견 스타일은 전임자와 사뭇 달랐다. 버냉키 전 의장이 무표정하고 때로는 알아듣기 어려울 정도의 ‘속사포’ 발언을 쏟아냈지만 옐런은 간단한 질문에도 세심하게 답변하는 친절함도 보였다.

워싱턴=장진모 특파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