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 활성화 대책 큰 기대” >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오른쪽 세 번째)이 28일 청와대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과 10대 그룹 총수 오찬 간담회에서 30대 그룹의 상반기 투자 고용 실적 및 하반기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허 회장은  “연간 투자와 고용 계획을 차질 없이 이행할 수 있도록 (박 대통령이) 기업의 의견에 귀를 기울여주 기 바란다”고 말했다. /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 “경제 활성화 대책 큰 기대” >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오른쪽 세 번째)이 28일 청와대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과 10대 그룹 총수 오찬 간담회에서 30대 그룹의 상반기 투자 고용 실적 및 하반기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허 회장은  “연간 투자와 고용 계획을 차질 없이 이행할 수 있도록 (박 대통령이) 기업의 의견에 귀를 기울여주 기 바란다”고 말했다. /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기업들은 투자 확대에 적극 나설 테니 정부도 과감한 규제 완화로 화답해달라.”

28일 박근혜 대통령과 10대 그룹 총수 간 오찬 회동에서 회장단이 던진 메시지는 이렇게 요약된다. 이날 회동이 “대통령의 당부보다는 투자와 고용 확대, 창조경제 구현을 위해 필요한 정책적 제안을 기업인들로부터 듣는 자리”(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인 만큼 90분간 진행된 회동에서 주요 그룹 회장들은 개별 기업의 현안과 어려움을 솔직하게 털어놓으며 정부에 지원을 요청했다.

먼저 재계를 대표해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GS 회장)이 말문을 열었다. 허 회장은 미리 준비한 ‘30대 그룹의 상반기 투자·고용 실적 및 하반기 계획’을 설명하면서 “연간 투자와 고용 계획을 차질 없이 이행할 수 있도록 기업의 의견에 귀를 기울여주고 기업활동의 어려움을 해결해주며 경제 활성화에 앞장설 수 있도록 도와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구본무 LG 회장, 이재성 현대중공업 대표, 신동빈 롯데 회장, 이건희 삼성 회장,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 조양호 한진 회장, 홍기준 한화 부회장, 김창근 SK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순으로 돌아가며 3~5분씩 발언했다. 박 대통령은 직접 사회를 보며 회장들의 발언에 일일이 답변하고 필요할 경우 의견도 제시했다.

구본무 회장은 수도권 규제 완화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LG그룹은 수도권에 연구단지를 많이 갖고 있다”며 “수도권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부의 정책 방향에 적극 호응해 창조경제와 동반성장에 속도를 내겠다”고 말했다. 또 “융복합 기술이나 전기자동차 에너지 분야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겠다”는 의지도 전했다.

이재성 대표는 “갈수록 해저 자원 개발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며 “과거에는 ‘골드러시’라는 말을 많이 썼지만 지금은 새로운 ‘블루러시’ 시대가 오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통령이 자원 외교에 적극 나서달라”고 제안했다.

신동빈 회장은 일자리 창출과 중소기업 해외 동반 진출에 적극 나서겠다는 뜻을 밝혔다. 신 회장은 “롯데그룹은 올해 국내외에서 6조8400억원을 투자하고 1만6000명의 신규 채용 계획을 세우고 있는데 학력보다는 실력을 우선으로 보고 여성 인력과 시니어 장애인 등 소외계층을 많이 뽑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면세점과 호텔이 외국인 관광객을 끌어들여 외화를 벌어들이는 효과가 크다”며 관련 산업에 대한 규제 완화 및 지원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건희 회장은 “세계적으로 경제가 어려운데 정부에서 규제를 풀어주는 게 기업에는 큰 힘이 된다”며 “삼성도 투자와 고용 계획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창조경제는 한국 경제가 나아갈 올바른 방향”이라며 “소프트웨어 분야 인재 육성에 적극 나서고 기초과학이나 융복합 기술 개발에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박 대통령은 이 회장의 말에 이어 “국가적으로 필요한 인재를 육성해야 하는데 그것이 부족해 삼성에서 직접 키우게 됐다”며 “창조경제의 핵심은 인재이기 때문에 정부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답했다.

정몽구 회장은 “자동차 철강 등의 분야 투자를 차질 없이 진행하겠다”며 “친환경 첨단소재 개발도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정 회장은 “현대차는 국내 임금과 물류비용이 높아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지만 열심히 노력하면 연 1000만대 생산이 가능할 것”이라며 “창조경제 실현을 위해 앞장서고 협력업체들과 함께 해외로 진출하는 노력도 기울이겠다”고 약속했다.

조양호 회장은 “항공기와 선박 산업의 중장기 프로젝트에 주력해 산업을 선도하고 일자리를 늘리겠다”고 말했다. 또 “관광산업이 대표적인 창조 융복합 산업인데 이 분야에도 투자를 하겠다”고 덧붙였다. 조 회장은 “사회적 보상 시스템 부재 등으로 고용시장 수급에 불균형이 있다”며 “인천공항 허브화, 중국인 비자 확대, 특급 관광호텔 건립 규제 완화 등이 절실하다”고 했다.

홍기준 부회장은 한화가 진행 중인 이라크 주택 10만호 건설 사업을 언급하며 “중소업체와 동반 진출해 제2의 중동 붐을 일으키겠다”고 말했다. 김창근 의장은 지난 6월 말 박 대통령의 중국 방문 당시 SK가 중국 최대 석유기업인 시노펙과 중국 내 합작 프로젝트를 성사할 수 있도록 정부가 도움을 준 데 대해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프로젝트 성사를 계기로 정보통신기술(ICT)과 에너지 분야에서 그룹 차원의 종합 육성책을 마련하겠다”며 “특히 에너지 분야에서 신성장동력을 찾겠다”고 했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두산 회장)은 “통상임금은 공멸의 문제”라며 “어느 기업에 해당되는지 모를 만큼 국회에서 입법이 쏟아져나오고 있다”고 재계의 우려를 전달했다. 박 회장은 이어 “상공인의 사회적 지위를 높일 필요도 있다”며 “원전 수출 등에 대한 국가적 지원, 정부의 금융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종태/이태명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