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바오산강철과 포스코의 기술력 차이는 없다고 봐야 합니다. 최근 중국에서 일부 한국 제품은 바오산강철 제품보다 오히려 싸게 팔립니다.”

중국 내륙의 핵심 거점도시인 충칭. 지난달 27일 이곳에서 만난 포스코 관계자는 다소 충격적인 사실을 털어놨다. 저가 제품을 앞세워 추격해오던 중국 철강업체와 한국기업의 기술력이 비슷해지면서 가격이 역전됐다는 것이다.

포스코뿐 아니다. 한국경제신문과 아산정책연구원·KOTRA가 4일 중국에 있는 한국 기업인 100명을 상대로 설문조사한 결과 45%가 “3년 안에 한·중 기업 간 기술격차가 없어질 것”이라고 응답했다. 세계 최대 스마트폰 시장인 중국에서 삼성전자가 중국 업체에 밀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해 3분기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16.7%)와 중국 레노버(14.8%)의 점유율 차이는 1.9%포인트다.

중국 경제가 저성장 국면에 진입한 것도 한국에는 위기다. 한국경제신문이 인터뷰한 국내외 중국 경제 전문가 20명은 중국의 연 8%대 고성장 시대가 5년 안에 끝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지난해 한국의 대(對)중국 수출 비중은 25%다.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둔화하면 한국 수출은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기회도 있다. 중국은 5일 개막하는 전국인민대표대회를 통해 시진핑 국가 주석(당 총서기)-리커창 국무원 총리 체제의 닻을 올린다. 앞으로 10년 동안 중국을 이끌 시진핑 총서기는 근로자들의 임금을 올려 중산층을 육성하고 소비를 진작시켜 내수시장을 키운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리우춘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국 기업이 중국 중산층을 사로잡을 만한 창의적인 완제품을 만든다면 시진핑 시대는 한국에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충칭·광저우=노경목/남윤선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