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해운이 대한해운 인수전에 뛰어든 데 이어 국내 1위 벌크선사인 STX팬오션 인수도 검토하고 있다.

황규호 SK해운 사장(사진)은 9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해운가족 신년인사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매물로 나온 STX팬오션 및 대한해운과 관련, “귀중한 자산인데 쳐다보지도 않는 것은 무례한 것이 아닌가. 확실하게 결정된 건 없으나 여건이 되는지 보고 있다”고 말했다.

SK그룹은 지난달 26일 CJ그룹, 동아탱커, 한앤컴퍼니, 제니스파트너스와 함께 대한해운에 대한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했다. 업계에서는 대한통운 인수 후 해상물류 진출을 노리는 CJ그룹과 SK이노베이션 등의 석유 화학제품 운송 물량을 다량 확보하고 있는 SK그룹을 대한해운의 유력한 인수 후보로 꼽고 있다. 이 점을 고려하면 황 사장의 발언은 SK그룹이 대한해운 인수에 실패한다면 STX팬오션 인수에 관심을 두겠다는 의미인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황 사장은 STX팬오션의 인수 업체로 해외 선사가 거론되고 있는 것과 관련, “외국 업체가 관심이 있는 것 같지만 국내에서 갖고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현재 세계 5위급 벌크선사인 조디악 마리타임이 STX팬오션의 유력 인수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조디악은 2004년 STX팬오션의 전신인 범양상선이 매물로 나왔을 때도 인수 의사를 밝혔다.

해운업계에서는 대기업이 이들 업체를 인수하면 일감몰아주기 문제를 낳을 수 있어 ‘업체 간 컨소시엄을 통한 공동 인수’ 등 다양한 해법을 거론하고 있다. 이윤재 한국선주협회 회장은 지난 4일 기자와 만나 “외국 회사에 넘어가는 일은 없도록 해야 한다”며 “반드시 국내 업체가 인수해 경영을 정상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