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저물가와 고성장이 지속되면 금융안정이 위협받을 수 있다"고 16일 밝혔다. 이는 금융안정을 위해서라도 기준금리를 더 올려야 한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 총재는 17일 개막하는 한은 · 국제결제은행(BIS) 공동 국제 콘퍼런스에 앞서 배포한 환영사에서 "물가안정만으로는 금융안정을 달성할 수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장기간 저물가 고성장이 유지되는 시기에는 금융시스템 안정을 위협하는 금융불균형이 커진다는 점이 간과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은 관계자는 김 총재 발언에 대해 "저물가 고성장이 이어지면 가계가 빚을 내서 자산에 투자하는 경우가 늘어나 경제안정에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을 말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총재는 또 "글로벌 자본 · 유동성 규제 논의가 기존의 금리정책과 상충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11월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에서 도입키로 확정한 자본 및 유동성 규제가 기존의 금리 중시 통화정책의 유효성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특히 "거시건전성 정책 수단의 하나로 논의되고 있는 경기 대응 완충자본은 유동성 조절 기능을 갖기 때문에 금리정책과 상충될 가능성이 있는 등 통화정책의 제약 요인이 될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김 총재는 G20과 관련,"글로벌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한 경상수지 가이드라인에 대해 G20 차원에서 빠른 시일 내 합의가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경상수지 가이드라인은 상품 교역과 자본 이동에서 국가 간 불균형을 줄이기 위해 경상수지의 흑자 또는 적자 규모를 일정 수준 이하로 제한하는 것이다.

그는 글로벌 금융규제에 대해서는 "달라진 금융환경에 맞춰 투자은행 헤지펀드 특수목적회사 등 시장에 참여하는 모든 금융회사를 규제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신흥시장국에서도 시스템상 중요한 대형 금융회사(SIFI)에 대한 규제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