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모비우스 템플턴에셋매니지먼트 회장은 "북한리스크는 이미 한국 주가에 반영돼 있다"며 "앞으로 한국기업에 대한 투자자들의 평판이 좋아져 한국증시가 더 발전할 것"으로 예상했다. 또 "한국기업들의 주주배당률이 높아질 것"으로 전망하고 "포스코처럼 프런티어 시장에 진출하는 기업들에 투자하기를 좋아한다"고 말했다.

모비우스 회장은 21일 서울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한국경제TV와 한경미디어그룹이 주최한 '2010 세계 경제 · 금융 컨퍼런스'에 참석,백성기 포스텍 총장과의 대담에서 이렇게 밝혔다. 모비우스 회장은 "이머징 마켓에 대한 투자는 여전히 유망하다"며 "중국 증시에 대한 투자 제한이 심한 편이지만,앞으로 차츰 완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모비우스 회장은 대담에 앞서 인사말을 하면서 "한국에 올 때마다 김치 깍두기 불고기를 많이 먹는다"며 친근함을 표시한 뒤 "막걸리도 많이 먹지만 몸에는 좋진 않다(no good for you)"고 덧붙여 폭소를 자아냈다. 대담 내용을 요약한다.

▲백성기 포스텍 총장=투자의 귀재로 꼽히고 있다. 투자 철학이 무엇인가.

▲마크 모비우스 회장=전 회장인 존 템플턴 경의 투자 철학을 이어 받았다. 그에게서 배운 중요한 투자 원칙 중 첫 번째는 최고의 투자 기회를 노리기 위해서는 전 세계를 뒤지라는 것이다. 특정 시장이 수년간 최고의 성과를 낼 수는 없다. 지난 20년간 최고 수익을 낸 곳은 홍콩과 브라질이었지만,이런 곳도 연속적으로 투자 수익률이 최고를 기록하진 않았다. 최고의 수익률을 내려면 전 세계를 아울러야 한다.

▲백 총장=그게 전부는 아닐 것 같다.

▲모비우스 회장=기업의 미래수익을 보라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나는 기업의 미래 주당순이익(EPS)을 본다. 또 다른 사람을 따라해선 안 된다는 점이다. 독립적으로 결정해야 한다. '남들이 팔 때 사고,남들이 탐욕스레 사들일 때 팔라'는 유명한 격언이 있다. 이 원칙을 실행에 옮기기는 매우 어렵지만 앞을 내다보고 반대 방향으로 갈 수 있어야 한다. 시장이 달아오를 때 참여하지 못하면 기회를 잃는 것 같지만,그렇지 않다.

▲백 총장=올해 이머징 마켓에 대한 투자 전망을 듣고 싶은데.

▲모비우스 회장=올해 브릭스(BRICs ·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등 신흥국의 GDP(국민총생산) 성장률은 평균 5.4%에 이를 전망이다. 선진국의 1.7%보다 훨씬 높다. 선진국과 신흥국 간 성장률 격차는 지난 10년간 계속 확대됐고 앞으로 더 벌어질 것이다. 아시아 지역이 특히 더 빨리 성장하리라 본다. 중국 인도 등 아시아 신흥국의 올해 성장률은 평균 8.4%로 아프리카,라틴아메리카,동유럽보다 훨씬 높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백 총장=이머징 마켓 투자가 유망한 다른 근거가 있는가.

▲모비우스 회장=외환보유액 · 국가부채 · 인플레이션율 · 단기금리 · 통화량 등 다양한 지표들도 이머징 마켓에 투자해야 하는 이유를 보여주고 있다. 신흥국의 외환보유액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중국은 2조4000억달러가 넘는 외환보유액을 갖고 있고, 인도 한국 브라질도 2000억 달러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

GDP 대비 부채율도 신흥국은 30% 수준인 데 비해 선진국은 80%가량으로 차이가 크다. 인플레이션도 신흥국에서는 급격히 떨어지고 있는 추세다. 다만 중국의 인플레이션이 2008년 최고점을 찍은 후 떨어지고 있지만,올해 다시 증가세로 돌아서서 주의깊게 보고 있다. 단기금리도 신흥국은 비교적 낮은 편이다. 현 수준에서 안정될 것으로 예상한다.



▲백 총장=이머징 마켓은 리스크가 높다고 알려져 있는데.

▲모비우스 회장=최근 이머징 마켓에 대한 시장의 신뢰가 높아지고 있다. 신흥국과 선진국 국채의 수익률 격차를 나타내는 스프레드를 보면 확연히 알 수 있다. 금융위기 당시 스프레드는 8%포인트까지 높아졌다. 투자자들이 이머징 마켓에서 돈을 빼서 미국 국채 등에 투자했기 때문이다. 작년엔 4%포인트 수준으로 줄었고 지금은 2%포인트 수준이다. 이머징 마켓에 대한 채권 투자가 늘고 있다는 뜻이다.

▲백 총장=신흥국 주가가 빨리 오른 상태여서 투자 시점을 결정하기 어렵다는 사람들이 많다.

▲모비우스 회장=신흥시장에서 좋은 투자기회를 찾기가 점점 어려워진다고 하는데,아직 기회가 많다. 주가수익비율(PER)을 살펴보면 미국과 신흥국 간 큰 차이가 없지만 신흥시장은 여전히 훨씬 저평가돼 있다.

▲백 총장=한국시장에 대한 평가를 듣고 싶다. 좋은가 나쁜가.

▲모비우스 회장=한국은 여러 면에서 독특한 국가다. 정치 · 법적 체제가 잘 정비돼 있고,해방 이후 많이 발전했다. 또 다른 특징은 기업의 가족경영 문화다. 경영권과 부(富)를 후대에 물려주는 관행이 자리잡고 있다. 한국 기업들은 이런 배경 때문에 벌어들인 돈을 주주에 배당하는 대신 성장을 위한 투자에 쓰고 있다. 이것이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주주가 기업의 이윤에 대해 정당한 대가를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기업이 투자를 잘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주주들에게 정당한 대가를 주지 않는다면 주주들의 관심을 끌기 어렵다. 하지만 이런 태도가 최근 조금씩 변하는 것 같다. 앞으로 한국 기업들의 배당률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

▲백 총장=한국 기업에 대한 인상은.

▲모비우스 회장=한국 기업을 방문하면 늘 깊은 인상을 받는다. 지식도 풍부하고,성장전망도 좋고,헌신적으로 일한다. 지난 주말 부산 제조업체를 방문했는데 신규 장비와 IT(정보기술) 부문에 투자를 많이 한 것을 알 수 있었다. 한국 증시가 지금보다 더 발전할 요소들을 갖췄다고 생각한다. 얼마 전 포스코 관계자를 만났다. 인도에서 진행하는 프로젝트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성공할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이처럼 프런티어 시장에 많이 진출하는 기업에 투자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백 총장=최근 천안함 침몰 사태에 북한의 개입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한국의 독특한 지정학적 요인이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한다면.

▲모비우스 회장=북한 리스크는 이미 한국 주가에 반영돼 있다. 지금 투자자들은 공통적으로 앞으로 상황이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중국이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북한 문제를 중재할 힘이 있다. 러시아도 마찬가지다.

▲백 총장=중국의 부상에 대한 의견도 듣고 싶다.

▲모비우스 회장=중국이 세계 각국에 투자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중국은 외환보유액을 미국 국채를 사는 데만 쓰고 있지 않다. 아프리카와 같은 소위 프런티어 마켓에도 투자를 많이 하고 있다. 원자재 수급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곳,장기적으로 투자할 만한 곳을 모색한다. 최근 보츠와나 케냐 가나 등 아프리카를 방문했다. 가나의 친구에게 쇼핑을 하고 싶다고 했더니 '가나 쇼핑몰(local one)이냐 중국 쇼핑몰(Chinese one)이냐'를 물어 깜짝 놀랐다. 중국 쇼핑몰에 가 보니 굉장히 많은 물건을 거대한 쇼핑몰에서 팔고 있었다.

▲백 총장=중국 증시는 어떻게 보나.

▲모비우스 회장=중국에서 조만간 많은 기업공개(IPO)가 예정돼 있기 때문에 주식 가격이 낮아지고 좋은 투자 기회가 생겨나리라 생각한다. 투명성도 나쁘지 않다. 정보공개 상황이 많이 개선됐다. 회계정보나 감사 의견이 상황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는 것은 미국도 마찬가지다.

▲백 총장=인도는 역동적이지만 불확실한 시장이라 생각한다. 인도와 중국을 비교한다면.

▲모비우스 회장=인도는 장기적으로 중국을 앞지를 수 있을 것이다. 인구구조 때문이다. 중국은 피라미드형 인구지만 산아제한정책 때문에 인구 노령화가 일어나고 있다. 반면 인도는 젊은 층이 상당히 두텁다. 이들은 앞으로 소비자가 될 것이고 시장을 더 활발하게 만들 전망이다.

▲백 총장=미국증시와 세계 증시의 디커플링(탈동조화) 현상에 대한 전망은.

▲모비우스 회장=미국은 증시 리더 자리를 유지하지 못할 전망이다. 이머징 마켓의 시가 총액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특히 브릭스 경제가 주도적인 역할을 할 텐데,이 시장에 대한 미국인 투자자 비중이 과거엔 100%였다면 지금은 70% 수준이다. 전에는 미국에 나쁜 일이 일어나면 미국인들이 신흥국에 투자한 자금을 뺐지만 앞으로는 그런 일이 줄어든다. 이런 식으로 디커플링이 확대될 것이다.

▲백 총장=투자 적기는 언제인가.

▲모비우스 회장=사람들이 투자 적기를 물을 때는 '자금이 있을 때'라고 대답한다. 최근 10여년간 약세장이 세번 왔는데 그 기간은 매우 짧았다. 장기적으로는 강세장으로 갈 것으로 본다.

이상은/강경민/심성미 기자 selee@hankyung.com


▼마크 모비우스 템플턴에셋매니지먼트 회장

△1936년 미국 뉴욕 출생

△보스턴대 순수예술 학사,커뮤니케이션학 석사

△MIT 정치경제학 박사

△1987년 템플턴이머징마켓 대표 펀드매니저

△1999년~현재 세계은행 ·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글로벌 기업지배구조 포럼 및 투자자 책임 태스크포스' 공동의장

△2006년 아시아머니 선정 '가장 영향력 있는 100대 인물'



▼백성기 포스텍 총장

△1949년 서울 출생

△경기고,서울대 금속공학과 졸업

△미국 코넬대 재료공학 박사

△미국 오크리지 국립연구소 연구원

△포항공대 재료금속공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