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 조직 개편..`이재용 체제' 공고화
젊은 사장 대거 등장..고참 CEO 퇴진


15일 단행된 삼성그룹 사장단 인사의 특징은 크게 이건희 전 회장의 장남인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의 승진과 삼성전자의 조직개편 및 젊은 CEO들의 부상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그러나 고참 CEO들의 퇴진이나 조직 개편도 결국은 '이재용 힘 실어주기'의 일환으로 분석돼 이미 올해 초 대대적인 사장단 인사로 한 차례 세대교체가 이뤄진 삼성그룹의 경영권 교체작업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현재 '설왕설래' 중인 이 전 회장의 사면이 이뤄지면 이 전 회장이 어떤 역할을 맡아 그룹을 이끌게 될지가 본격적인 `경영권 이양' 시점과 내용을 결정짓는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 삼성전자 조직개편..'이재용 체제' 공고화 = 이번 삼성 인사에서 회사 안팎의 가장 큰 관심이 집중된 부분은 이재용 전무의 부사장 승진이다.

이 전무의 부사장 승진은 16일 예정된 임원인사에 포함될 내용이지만 그가 그룹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고려돼 이날 사장단 인사 내용과 함께 공개됐다.

삼성 내부에서는 "전무에서 부사장으로의 최소 승진연한이 2년인데 이 전무는 사실상 3년이 됐다"며 '당연한 승진'으로 여기는 분위기다.

이 부사장은 2007년 삼성전자 전무(최고고객책임자·CCO)로 선임됐으나 지난해 특검 사태의 여파로 이 전 회장이 퇴진하면서 '담당임원'이라는 애매한 보직을 맡아 사실상 업무에서 떠난 상태였다.

그러나 이번에 부사장으로 승진하면서 경영 전반에 관여할 수 있는 최고운영책임자(COO)를 맡아 삼성전자에서 사업부 간의 업무를 조정하고, 대외 주요 거래선과의 관계를 직접 챙기는 중책을 수행하게 됐다.

삼성전자의 내부 조정자 겸 사실상의 대외책임자가 되는 셈이다.

이 부사장의 승진과 함께 삼성전자의 조직도 다시 개편됐다.

올해 초 부품(DS)과 완제품(DMC) 양대 부문으로 개편됐던 삼성전자는 이번에 다시 조직을 바꿔 부문제를 폐지하고 단일 CEO 밑에 각 사업부가 포진하는 모양새를 갖췄다.

또 이 부사장의 측근으로 알려진 최지성 사장이 단독 최고경영자(CEO)로 사업 전체를 관장하게 된다.

조직이 한 단계 단순화돼 업무의 '스피드 업'이 가능해졌다는 게 삼성 측의 설명이다.

최지성 사장의 단독 CEO 체제 등장과 함께 이윤우 부회장은 이사회 의장으로, 경영 일선에서 떠나 주로 대외업무를 챙기는 것으로 담당영역이 정리됐다.

요약하면 이윤우 부회장이 직접 경영책임에서 물러나는 대신, 전사 경영을 책임지는 CEO인 최지성 사장과 사업 전반을 총괄 관리하는 이재용 부사장이 삼성전자를 이끌어가는 형태다.

삼성전자의 조직개편과 이 부사장 체제의 공고화가 맞물려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삼성 측은 그러나 이재용 부사장과 달리, 이부진 호텔신라 전무나 이서현 제일모직 상무보 등 이 전 회장의 다른 자녀의 승진 여부에 대해서는 "계열사 인사를 보라"며 굳게 입을 다물고 있다.

삼성전자에서 또 하나 주목할 인사는 전자를 떠나 그룹 전체의 '미래 먹을거리'를 책임져온 신사업추진팀이 신사업추진단으로 확대 개편되고, 삼성SDI를 10년간 지휘해온 김순택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해 이 조직을 책임지게 된 점이다.

신임 김 부회장이 디스플레이 전문기업에서 2차 전지 등 '친환경 에너지기업'으로 삼성SDI를 탈바꿈시켜온 경험을 살려 바이오 시밀러 등 헬스케어 등 삼성의 '신수종 사업'들을 어떻게 성장시켜나갈지 주목되는 부분이다.

◇젊은 사장 대거 등장..고참 CEO 퇴진 = 이번 삼성그룹의 사장단 인사는 연초 대규모 인사의 영향으로 '중폭'에 그쳤지만, 상대적으로 젊은 인사들이 사장급으로 전면 부상한 점이 눈에 띈다.

이번에 삼성전자의 사업 부문 사장을 맡아 승진한 무선사업부장 신종균 사장(53), 반도체사업부 메모리담당 조수인 사장(52), 종합기술원장 김기남 사장(51) 등이 50대 초반인 것을 비롯해 10명의 사장 승진자 가운데 만 55세를 넘는 사람은 박상진(56) 디지털이미징 대표이사 내정자뿐이다.

삼성 관계자는 "조직개편과 함께 전반적으로 젊은 사장들을 등용해 조직을 패기 있고 속도 있게 운영하도록 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그간 삼성을 이끌어오던 고참 CEO들의 퇴진도 이어졌다.

올해 62세인 이상대 삼성물산 대표이사 부회장이 삼성엔지니어링 부회장으로, 63세인 김징완 삼성중공업 대표이사 부회장이 대표이사 직함을 뺀 부회장을 맡게 됐다.

삼성전자의 신사업추진팀을 맡았던 임형규 사장이 퇴임했고, 이상완 삼성전자 사장(종합기술원장)과 삼성투신운용 강재영 사장은 삼성 사회공헌위원회 사장으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일본 본사 이창렬 사장은 삼성미소금융재단 이사장으로 내정된 이순동 사회봉사단장의 후임을 맡게 됐다.

그러나 이들의 퇴진과 달리 삼성의 '재무통'으로 알려진 올해 만 60세인 최도석 삼성카드 사장이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승진해 눈길을 끌었다.

(서울연합뉴스) 김종수 기자 jski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