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창의력이 요구되는 서비스의 가치를 투입된 인원수로 평가하는 판에,도대체 그 산업이 발전할 수 있겠습니까"

솔루션이나 소프트웨어 등 IT서비스산업이 세계시장에 명함도 못내미는 수준에 머물고 있는 이유에 대해 전국경제인연합회의 황인학 산업조사본부장이 내놓은 분석이다. 소프트웨어의 가치를 하드웨어식으로 평가하는 문화가 가장 큰 문제라는 것이다. 전경련은 지금도 선진국에 비해 5~6년 뒤져 있는 한국의 IT서비스산업에 응급처방을 하지 않을 경우 한국의 IT산업은 껍데기만 만드는 수준으로 전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선진국의 70% 수준인 서비스 경쟁력

국내 IT 제조업은 이미 세계를 제패했다. 올해 2분기 기준 세계시장 점유율은 반도체가 60%,LCD가 55%,휴대폰이 30%에 이른다. 하지만 IT서비스 점유율은 2% 수준에 그치고 있다. 그나마 삼성SDS,LG CNS,SK C&C 등과 같은 대기업들의 수출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데다 이들도 해외 다른 계열사에서 매출을 올리는 경우가 많아 실질적인 수출은 더 적다고 봐야 한다. 국내 1위인 삼성SDS의 경우 지난해 매출에서 해외부문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3.49%에 그쳤다. 그만큼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얘기다.

전경련이 국내 IT서비스산업 기업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46.7%가 '국내 IT서비스 기업의 수준은 선진기업에 비해 5~6년 뒤졌다'고 답했다. 경쟁력 수준은 선진기업의 70% 수준이라는 응답이 많았다. 전경련 관계자는 "급변하는 IT서비스 산업의 속성으로 봤을 때 5~6년은 엄청난 기술력의 차이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경련은 IT서비스 경쟁력 강화가 절실한 이유로 시장규모,고용창출 효과 등을 꼽았다. 전경련 관계자는 "IT서비스 시장 규모는 연간 8000억 달러 수준으로 메모리반도체 시장의 18배 규모에 육박하고 있고 매년 성장하는 시장"이라고 말했다. 전경련은 또 IT서비스 산업의 고용증가 속도도 다른 산업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다고 강조했다. 1993년부터 2005년까지 전체 산업의 취업자수 증가율은 1.8%에 그쳤지만 IT서비스산업은 20.6%에 달했다는 분석이다.

◆공공발주 헤드카운팅 방식 개선

전경련 관계자는 "지금도 많은 공사가 기술력보다는 프로젝트 참여 인원이 얼마나 되느냐를 따지는 '헤드카운팅' 방식으로 발주되고 있어 이 부분의 개선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정부가 최근 기능이나 소프트웨어에 들어가 있는 기술력에 따라 공사대금을 지급하는 방식을 도입하겠다고 밝혔지만 아직도 많은 공공기관들은 관행적으로 인원에 따라 용역대가를 산정한다는 게 전경련 측 설명이다. 이와함께 공공기관이 공사를 발주할 때 작업장소를 일방적으로 지정해 인원이 몇명 오는지 관리하는 관행도 문제라고 덧붙였다.

정부 공사를 할 때 민간기업들이 납품한 솔루션 등의 특허소유 문제도 해결과제라는 지적이다. 지난해의 경우 소프트웨어 발주자가 지식재산권을 소유한 비율은 전체의 87%에 이르렀다. 전경련은 "개별 기업들은 지식재산권을 소유하지 못해 개발된 제품을 수출할 때도 공공기관의 협조를 받아야 하는 등 수출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