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노동시장의 유연성은 중국보다 못합니다. 해고가 어려우니 비용 부담은 늘어나고 신규 채용은 줄어드는 악순환이 계속될 수밖에 없습니다. "

"본사에서는 명예 퇴직자에게 2년간 연봉을 얹어 주는 걸 절대 이해하지 못합니다. 왜 해고 비용이 더 드느냐는 거죠."

지식경제부 인베스트코리아(IK)와 노동부가 18일 서울 염곡동 KOTRA에서 개최한 '외국인 투자기업 최고경영자(CEO) 대상 노사관계 세미나'에서 외국 기업 CEO들은 한국의 후진적인 노동시장에 대해 거침없는 비판을 쏟아냈다. 이날 세미나에는 당초 예정보다 20여명 많은 50여명의 외국 기업 CEO와 노무 담당 임원들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외국 기업의 투자 유치를 위해 노동시장의 유연성 제고가 우선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브래들리 벅월터 오티스엘리베이터 코리아 사장은 "경기침체 영향으로 아시아 시장의 수요가 50% 이상 줄어 인력 구조조정이 불가피해졌지만 직원 해고는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며 "본사에서는 계속해서 구조조정 지시를 내리고 있지만 이를 해결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회사의 경영 상태는 고려하지 않고 비현실적인 요구만 내거는 노조의 행태에 대해서도 강한 거부감을 드러냈다. 다네오 아키로 동서석유화학 부사장은 "법정 기준 연월차 상한선인 25일 이외에 추가로 휴가를 요구하는 근로자들이 있어 당황스럽다"고 하소연했다. 알란 톰슨 헴펠코리아 사장은 "가끔 외국인 CEO 모임에 나가 보면 한국 노조는 타협이 어렵고(strict),일방적(one-sided)이라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고 전했다.

일관성 없는 노동 정책에 대해서도 날선 주문이 나왔다. 한 참석자는 "복수노조 허용과 노조전임자 급여 지급 금지를 규정한 노동관계조정법이 당장 시행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설명해 달라"고 말했다.

외국기업 CEO들은 문화 차이에서 발생하는 한국 근로자들과의 갈등에 대해서도 어려움을 토로했다. 릭 다이싱어 ING생명보험 기업연금본부 컨설턴트는 "한국이 세계화 과정을 거치면서 시스템 위주의 사회로 바뀌어 가고 있지만 여전히 인맥과 학맥으로 연결돼 있는 벽을 깨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정호/박민제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