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제조업의 심장이자 미국민의 자존심과 같은 존재인 제너럴모터스(GM)가 파산보호를 신청한 날 다우존스주가지수는 추락하기는커녕 근래에 보기 드문 급등세를 나타냈다.

자산 820억달러로 파산보호를 신청한 미국 역대 기업 중 4번째 규모에 해당하기 때문에 시장에 미치는 충격이 간단치 않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단기적인 시장반응은 정반대로 나타난 셈이다.

이런 현상이 나타난 데는 여러가지 요인이 있다.

이미 시장에 충분히 반영된 재료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GM의 파산보호 신청은 오래전부터 기정사실화됐기 때문에 충격이 최소화됐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미국 경제가 최악의 국면을 지나 회복세로 접어들기 시작했다는 낙관론이 팽배한 가운데 GM의 파산은 충분히 감내할 수 있는 쇼크라는 인식이 자리 잡은 것도 주가급등에 일조했다는 분석이 있다.

좀 더 실증적인 해석은 GM이 미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과거와 달리 현저하게 낮아졌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2차대전에서 미국이 독일과 일본을 상대로 거둔 승리는 GM이 공급한 군용트럭의 성능에서 판가름났다는 주장이 나올 정도로 과거 GM은 미국의 국력을 상징하는 존재였다.

1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1970년 GM이 두 달간 파업을 벌였을 때 미국의 국내총생산(GDP)은 4.2%나 급락했으며 미국 전체 자동차 판매대수는 82%나 급감했다.

당시 GM의 미국내 자동차시장 점유율이 50%를 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GM의 미국 시장 점유율은 20% 남짓한 수준이다.

1979년 GM의 미국 내 직원수는 61만8천365명으로, 민간기업으로서는 고용규모가 최대를 자랑했다.

그러나 올해 1.4분기 기준으로 미국 내 GM의 고용인력은 8만8천명에 불과하다.

자동차산업이 미국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79년 4.1%에서 올해는 1.5%로 떨어진 상태다.

GM이 2만1천명의 인력을 추가로 감원키로 계획하고 있지만, 이 정도는 주간 신규실업자 발생 규모가 60만명 이상인 점을 감안하면 대단한 숫자는 아닌 셈이다.

물론 자동차 산업의 전후방 효과가 대단하기 때문에 딜러망의 축소와 부품산업과 연관 산업에 미칠 파급 효과는 만만찮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당초 우려했던 것보다는 충격파가 그렇게 크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GM의 판매부진이 지난해부터 지금까지 계속 이어져 왔고 고용인력과 생산시설 감축이 단계적으로 이뤄지면서 GM의 몰락이 장기간에 걸쳐 단계적으로 진행된 점은 미국 경제에 미치는 GM 파산이라는 악재가 최소화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블룸버그는 분석했다.

(워싱턴연합뉴스) 박상현 특파원 sh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