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증서 가져와도 대출 '미적미적'

정부의 파격적인 보증확대 조치에도 불구하고 은행들이 중소기업 대출에 적극 나서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4대 보증기관을 통한 신규 보증서 발급 규모는 11조1천억 원에 달했지만 은행권의 중소기업 대출 규모는 9조9 천억 원 늘어나는데 그쳤다.

올해 1분기 신용보증기금이 5조9천억 원, 기술보증기금이 2조 7천억 원, 수출보험공사가 9천억 원, 지역신용보증기금이 1조6천억 원 규모의 보증지원을 각각 단행했다.

보증기관의 올해 1분기 보증지원 규모는 작년 1분기 2조3천억 원에 비해 4.8배 급증했지만 중소기업 대출 순증 규모는 작년 1분기 16조 원 증가 한 것에 비해 60% 수준에 그쳤다.

이에 따라 보증확대와 자본수혈 등을 통해 올해 1분기 은행권 중소기업 대출을 15조 원 정도 늘리겠다는 정부의 공언도 지켜지지 못했다.

은행들은 중소기업 대출의 경우 정부의 보증지원에 의존하면서도 그나마도 지원규모에 못미치는 중소기업 대출을 하고 있으며 최근 들어 이런 경향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올해 3월 신.기보(4조6천억 원)와 수보, 지신 보를 통한 신규 보증지원 규모는 정부의 보증확대 조치에 힘입어 5조9 천억 원에 달했지만 은행권 중소기업 대출잔액은 3조9억 원 늘어나는데 그쳤다.

금융당국은 이에 대해 중소기업이 보증서를 발급받더라도 은행이 즉시 대출하기보다는 최대 17일까지 시차를 두고 자금 을 공급하기 때문이라며 4월에는 중소기업 대출규모가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분기 말에 연체율 관리를 하면서 부실 중소기업 대출채권을 상각처리한 것도 대출 순증규모가 신규 보증서 발급규모에 미친 원인으로 꼽았다.

그러나 은행들이 위험이 매우 적은 보증서 대출에만 의존하면서 그마저도 신속하게 자금집행을 하지 않아 중소기업들이 필요한 돈을 원활히 공급받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보증기관이 올해 1분기 에 공급한 보증지원은 보증비율이 평균 95%로 은행이 감수하는 채무불이행 위험은 5%에 불과하다.

그나마도 신용도가 낮은 기업은 보증부 대출도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은행권 중소기업 담 당자는 "신용등급이 매우 낮은(CCC 등급) 업체가 보증서를 발급받아오면 은 행에서는 대출을 거절하는 경우가 있다"며 "대출금리도 매우 높게 책정되기 때문에 빌리는 사람도 대출을 포기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1억 원짜리 대출을 받는데, 대출금의 80%에 해당하는 보증서를 받아왔다면 나머지 2천만원은 신용대출로 나가야 한다"며 "이때 차주의 신용상태가 좋지 않다면 대출을 거절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중소기업이 보증서를 발급받는 경우 가능한 한 빨리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은행들을 지도하고 있다"며 "은행들이 보증서 대출을 부당하게 거부하는 사례가 적발되면 즉시 시정 및 관련자 문책조치를 취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이 상승하는 와중에 중기 대출을 무작정 늘리라는 정부의 정책에 무리가 있다는 주장도 있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경기침체 장기화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정부 보증을 통한 대출일 지라도 마구잡이로 이뤄질 경우 결국 정부 재정과 국민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김호준 기자 fusionjc@yna.co.krhoj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