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증현 장관(사진 왼쪽)의 의욕이 전재희 장관의 고집을 꺾을 수 있을까. '

영리 의료법인 도입 문제를 놓고 기획재정부와 보건복지가족부가 치열한 논리싸움을 벌이고 있지만 사실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열쇠는 두 부처 장관이 쥐고 있다. 두 장관이 만나 담판을 짓든,아니면 중도 타협을 하든 어떤 형태로든 '솔로몬의 해법'을 내놓아야 하는 상황이다.

두 부처 실무진도 영리 의료법인 도입은 자신들의 손을 이미 떠난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 두 부처 담당자들은 "밑에서 아무리 노력해봐야 원론적인 문제에 대한 두 장관의 생각이 근본적으로 다르니 어쩔 도리가 없다"고 답답함을 피력했다.

하지만 정작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할 두 장관은 아직까지 평행선을 좁히지 않고 있다. 윤증현 장관은 상대방을 설득해야 하는 입장인 만큼 먼저 전재희 장관을 찾아가 직접 논의할 법도 하지만 4월 임시국회에 발목이 잡혀 꼼짝달싹할 수 없는 형편이다.

재정부 장관 비서실 관계자는 "현재 윤 장관의 머리 속에는 온통 '추경'이란 단어로 가득차 있다"며 "경기 활성화를 위해선 이번 임시국회에서 추경안을 원안대로 통과시키는 것이 가장 시급한 일이라고 판단하고 있는 만큼 4월 중에는 전 장관을 만나 논의할 시간이 없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윤 장관이 영리 의료법인 문제에 대해 소홀히 생각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윤 장관은 이번 주 내내 국회에 출석,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면서도 "왜 영리 의료법인 도입이 안된다는 건지 이해를 못하겠다"며 원래 생각대로 관철시키겠다는 의욕을 지속적으로 표출했다.

전재희 장관의 뚝심도 결코 만만치 않다. 전 장관은 얼마 전 기자 간담회를 자청해 "(영리의료법인 허용의)최종 결정은 보건복지가족부 장관이 하는 것"이라고 못을 박았다. 관가 주변에서는 전 장관이 비록 국무회의 좌석 배치에서 재정부 장관에 밀리지만 유력 정치인 출신의 '실세'장관인 만큼 호락호락 양보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전 장관이 경제부처와 '힘겨루기'에서 소신을 굽히지 않은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작년 11월 금융위원회와의 다툼에서도 그랬다.

당시 금융위원회는 건강보험공단에 진료사실 확인을 요청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기 위해 보험업법 개정을 추진했지만 '건강보험 정보를 무분별하게 공개할 수 없다'는 전 장관의 반대에 부딪혀 결국 무산됐다. 심지어 전광우 전 금융위원장이 막판에 복지부를 찾아 전 장관과 고성이 오가는 설전까지 벌였지만 전 장관은 끝까지 뜻을 꺾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전 장관은 이 같은 특유의 뚝심으로 복지부 공무원들에게 높은 신망을 얻고 있다. 정치인 출신 장관이지만 노동부 국장 등 공직 경험이 많기 때문에 실무에도 무척 밝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물론 일각에선 정치인 출신으로서 이익집단의 눈치를 지나치게 의식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없는 것은 아니다.

이명박 정부의 핵심 개혁과제 중 하나인 의료 선진화 문제를 놓고 경제부처 최고 수장인 윤증현 장관과 정치인 출신 전재희 장관의 힘겨루기가 누구의 승리로 끝날지 자못 관심거리다. 그러나 이 문제는 의료산업 발전을 좌우하는 핵심 사안인 만큼 두 부처가 자존심을 겨루는 싸움에서 벗어나 머리를 맞대고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해결점을 찾아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정종태/서욱진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