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高)환율의 힘이 국내 주요 기업들의 1 · 4분기 실적 향상과 글로벌 시장 점유율 확대로 이어진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경제신문이 '메이드인 코리아의 질주' 기획 시리즈를 마감하면서 30대 기업 주요 CEO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주요 기업 CEO 30명 가운데 23명은 "올 1분기 실적이 예상했던 것보다 좋았다"고 답했다. 환율 효과 덕을 보고 있다는 CEO는 11명,비용절감 덕분이라고 답변한 CEO도 12명이었다.

환율효과는 2월 경상수지를 통해서도 확인됐다. 36억8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하며 1월 16억3500만달러의 적자에서 벗어났다.

3월에도 흑자 폭이 50억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두 달 연속 경상 수지 흑자 기조가 유지되는 셈이다. 한국은행은 경상수지 흑자 요인으로 환율 상승 효과를 들었다.

CEO들은 환율 덕분에 수출 · 수주 경쟁력이 특히 높아진 지역으로 미주(16명)를 꼽았다. 금융위기의 진원지인 미국이 일본산과 비교해 품질은 떨어지지 않으면서 중국산만큼 가격 경쟁력도 갖춘 한국산을 선호하고 있다는 얘기다. 유럽(6명),일본(3명),중국(3명),중동 · 아프리카(3명) 등이 뒤를 이었다.

다행인 것은 열명 중 아홉명이 '환율 효과가 끝나도 수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답한 대목이다. CEO들은 품질에 기반한 '수출 한국호(號)'의 미래를 밝게 보며 자신감을 갖고 있었다.

이 같은 자신감의 근거로 삼성전자,현대자동차 등 주요 기업들은 품질을 첫손으로 꼽았다. 수출 전망을 밝게 본 26명의 CEO 가운데 18명이 이같이 답했다. 경쟁사에 비해 확고하게 구축한 마케팅 채널(3명),높아진 브랜드 이미지(2명) 등도 수출 경쟁력의 주요 무기라고 응답했다.

향후 기업 경영 환경에 영향을 미칠 변수에 대해 주요 기업 CEO들은 환율(4명)이나 원유 등 원자재 가격 상승(2명),내수시장 침체(3명)보다는 미국 등 대외 경제 환경 악화 여부(21명)를 가장 중요한 변수로 들었다.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기업들은 무엇을 가장 우선적으로 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대해 CEO들은 원가 경쟁력에서 우위를 점하는 것을 첫번째로 꼽았다.

일본,중국 등 경쟁국의 주요 기업에 비해 국내 기업들은 생산성 대비 높은 임금을 지급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으로 해석된다. CEO들은 핵심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는 것을 비롯해 신성장 동력 발굴,주력 제품의 시장 점유율 확대 등도 대응 전략으로 제시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