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G 주가 99센트로 추락…상장폐지 위기 몰려
"도대체 세계 금융업계에는 언제쯤이나 '꽃피는 봄'이 찾아올까?" 지난해 9월 리먼브러더스의 파산으로 본격화된 글로벌 금융위기가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 가운데 주요 금융사들이 끝간 데 없는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미국 정부로부터 1500억달러의 구제금융을 받은 아메리칸인터내셔널그룹(AIG)은 미국 증시에서 주가가 휴지조각 수준으로 여겨지는 1달러로 떨어져 상장폐지 위기에 몰렸다.

1년 전만 해도 50달러대를 유지했던 AIG 주가는 5일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장중 99센트까지 추락하다가 1.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작년 9월 중순 정부로부터 구제금융을 받았던 당시보다도 반토막 수준으로 떨어진 것이다. NYSE 규정에 따르면 30일간 평균 주가가 1달러 미만일 경우 증시에서 퇴출될 수 있다. AIG는 부실 우려가 식지 않는 가운데 자산 매각마저 지지부진해 주가가 하락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부실 덩어리' 메릴린치를 인수한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최근 국유화 대상으로 거론되며 '승자의 저주'에 시달리고 있다. BOA는 국유화 우려가 불거지며 이날 장중 한때 3.77달러까지 하락해 25년 만에 최저점까지 떨어졌지만,미 의회의 국유화 부인으로 주가가 반등하면서 4.84달러로 마감했다.

BOA는 지난해 4분기 순손실이 17억9000만달러로,17년 만에 처음으로 분기 적자를 냈다. 설상가상으로 같은 기간 메릴린치는 153억달러의 대규모 적자를 낸 것으로 집계되면서 BOA를 곤경에 빠뜨렸다.

독일 금융계의 자존심인 도이체방크도 지난해 실적이 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을 기록하며 체면을 완전히 구겼다. 도이체방크는 지난해 4분기 48억유로(8조5000억원) 순손실을 기록,전년 동기 대비 적자 전환했다고 발표했다. 2008년 연간 적자도 39억유로(6조9000억원)에 달했다. 도이체방크의 요제프 아커만 최고경영자(CEO)는 성명을 통해 "최근 영업 환경이 유례 없이 악화되면서 사업 모델의 일부 약점이 노출됐다"며 "실적이 매우 실망스럽지만 주주들의 신뢰와 지지가 꼭 필요하다는 점을 감안해 주당 0.5유로의 현금배당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도이체방크는 2007년 주당 4.5유로를 배당했다. 지난해 11월만 해도 "독일 정부의 구제금융은 필요없다"고 콧대를 높였던 도이체방크의 자존심이 땅으로 무너진 것이다.

스페인 최대 은행인 산탄데르은행도 지난해 4분기 순이익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22% 감소한 19억4000만유로에 그쳤다. 특히 2008년 연간 부실 대출 규모가 142억유로로 전년보다 2배가량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금융위기에서 촉발된 실물위기가 다시 금융위기로 전이되면서 금융사들의 경영이 어려워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