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 사이에 체결된 통화스와프 협정 시한의 연장은 최근 1,400원대 진입을 넘보고 있는 환율을 안정시키는 데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일부 전문가들은 3월 위기설에 대한 우려를 진정시키고 다른 국가와의 통화스와프 협정을 견인하면서 환율을 하락세로 돌려세울 것이라는 기대감도 피력하고 있다.

하지만 통화스와프의 연장은 이미 예상됐던 것인데다 한도 확대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 원화에 호재..3월 위기설 차단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한미 통화스와프 협정 시한의 연장으로 일각에서 제기하는 3월 위기설이 한풀 꺾일 것으로 기대했다.

3월 위기설은 일본계 은행들이 회계 결산일인 3월 말을 앞두고 한국에서 운용하던 자금을 빼내가면서 원화 가치가 급락(환율 급등)할 수 있다는 가정으로, 일부에서는 3월 말까지 한미 통화스와프 협정 시한이 연장되지 않으면 원화 약세를 가속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기도 했다.

3월 위기설에 대한 우려가 완화되면 외국인의 주식 매수세 확대를 기반으로 환율이 하락세를 보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한미 통화스와프 협정 시한의 연장이 한중, 한일 통화스와프 협정 시한의 연장이나 한도 확대, 유럽 국가들과의 통화스와프 협정 체결 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면 환율을 하락세로 돌려세우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윤덕룡 국제거시금융실장은 "한미 통화스와프 협정 시한의 연장은 미국이 정권 교체 이후로도 우리나라를 지속적으로 지지한다는 신호를 보낸 것이기 때문에 유럽 국가 등 다른 국가들과의 통화스와프 협정 체결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윤 실장은 "최근 수출이 둔화됐지만 수입도 상당 폭 줄어들었기 때문에 경상수지가 작년과 같이 악화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장기적으로는 미국 달러화가 약세로 전환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원.달러 환율이 하락세를 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 한도 유지..수출 회복이 관건
그러나 통화스와프 한도가 종전과 같은 300억 달러이기 때문에 환율의 추가 하락을 이끄는 효과가 미미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한미 통화스와프 협정 연장 가능성은 그동안 충분히 예상됐던 부분이고 한도가 그대로여서 원화 가치의 추가 하락을 막는 효과에 그칠 것이라는 지적이다.

지난달 초 시장 일각에서는 한미 통화스와프의 무제한 확대 추진설을 제기해 금융시장에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LG경제연구원 신민영 금융연구실장은 "최근 환율 상승은 경기 악화와 수출 급감에 따른 무역적자 등에 따른 것이며 통화스와프 협정 시한 문제의 영향을 받지는 않았다"며 "시한 연장이 이뤄지지 않았다면 추가적인 상승요인으로 작용했겠지만 한도가 그대로이기 때문에 눈에 띄는 환율 하향 압력으로 작용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수출 회복 등을 통해 경제 침체 현상이 풀리기 전에는 상반기 중 환율이 하락세로 돌아서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지난달 무역수지는 사상 최대폭 수출 감소의 여파로 29억7천만 달러 적자를 기록하면서 경상수지 악화에 대한 우려를 키우고 있다.

하나대투증권 김재은 이코노미스트는 "통화스와프 협정 시한의 연장은 외환보유액 2천억 달러가 지켜지는 이유 중 하나이지만 이미 시장에서 예상했던 내용이다"며 "정책 기대감을 어느 정도 반영하는 금리나 주가와 달리 환율은 경제 상황을 주로 반영하면서 상반기 내내 하락이 제한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서울연합뉴스) 최현석 기자 harris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