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소상공인에 대한 지원 대책의 하나로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의 인하를 추진함에 따라 이 문제를 둘러싼 논란이 재연되고 있다.

중소 가맹점들은 대형 가맹점보다 높은 수수료율을 낮춰 달라고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고 정부는 경기 악화에 따른 영세 자영업자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한 제도적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반면 카드업계는 수수료 결정은 시장원리에 따라 이뤄져야 하고 정부가 개입해 인위적으로 낮추면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어 진통이 예상된다.

◇ 수수료 개편 방안은
금융위원회는 가맹점 수수료가 카드사에 의해 일방적으로 결정되고 업종별, 가맹점 간에도 격차가 커 이를 개편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고객이 적고 결제금액이 작은 중소 가맹점은 수수료 협상력이 약해 대형 가맹점보다 불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현재 가맹점별 평균 수수료율은 종합병원과 주유소, 대학은 1.5%, 대형 할인점은 1.5~1.8%이지만 슈퍼마켓과 음식점은 2.6~2.7%, 숙박업은 3.0~3.2%, 학원은 3.2~3.3%로 높은 수준이다.

연 매출액 4천800만 원 이하의 영세 가맹점은 2.0~2.3%이며 일반 가맹점은 2.5~3.6%이다.

금융위는 이에 따라 금융당국과 카드업계, 민간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수수료 심의위원회를 구성해 수수료의 원가를 산정하고 업종별로 일정 범위의 수수료율을 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카드 결제 금액의 일정 비율을 수수료로 내도록 하는 현행 정률제에 정액제를 추가하는 방법도 있다.

수수료율을 지금보다 낮추고 카드 결제 건수에 따라 일정액을 더하도록 해 중소 가맹점의 수수료 부담을 덜어주자는 것이다.

카드 전표 매입 경쟁을 통해 수수료 인하를 유도하도록 전문 전표 매입 회사를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지금은 카드사가 전표 매입 업무를 함께 하고 있다.

신용카드보다 가맹점 수수료율이 낮은 직불카드 사용의 활성화도 추진되고 있다.

금융위는 이를 위해 신용카드와 같은 직불카드의 소득공제율(20%)을 높여줄 것을 기획재정부에 요청하고 있다.

금융위는 카드사에 대한 가맹점의 수수료 협상력을 높이고 결제 수단을 선택할 수 있도록 현행법상 가맹점이 고객의 카드 결제를 반드시 받도록 하는 규제를 폐지하는 것이 기본적으로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카드 사용이 보편화돼 있고 회원들의 반발도 예상되기 때문에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한발 물러섰다.

◇ 실효성.정부개입 논란
카드업계는 정부의 수수료 개편 추진에 대해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2007년 하반기부터 수수료를 몇 차례 낮췄다"며 "수수료 인하를 강요하는 것은 시장원리에 어긋난다"고 말했다.

수수료를 더 낮추면 카드사들의 수입이 줄어들게 되고 이는 연회비 인상과 부가 서비스 축소 등으로 이어져 카드 회원의 부담이 커지게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대통령까지 나서 카드 수수료 체계의 불합리성을 개선하고 이 문제는 시장원리보다는 공익적 차원에서 접근할 것을 주문함에 따라 드러내놓고 반대는 못 하고 있다.

수수료 결정 과정에 직접 개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던 금융위도 경기 침체로 소상공인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고 대통령이 지원 필요성을 강조하자 입장을 선회했다.

이미 국회에는 의원 입법으로 가맹점 수수료를 규제하는 내용의 법 개정안이 여러 건 제출돼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정부로서는 수수료 제도를 합리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자는 것"이라며 "대형 가맹점보다 수수료 협상력이 크게 떨어지는 소상공인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아직 검토 단계로 어떤 방안을 도입할지는 결정되지 않았다"며 "이해 당사자들의 의견을 수렴해 2월 중에는 결론을 내릴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김문성 기자 kms1234@yna.co.kr